일본 파나소닉홀딩스가 70년 넘게 이어온 TV 사업에서 철수를 검토한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밀린 데 이어 안방인 자국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남일이 아니라고 우려한다. 중국 기업은 최근 내수를 넘어 세계 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 TV 시장까지 침투해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8K·OLED 등 기술 우위로 대응 중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우리 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CES 2024에 전시된 파나소닉 OLED TV / 이광영 기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4/image-bc244099-9a1b-4591-a179-301e1fbeaecd.jpeg)
日시장 절반 이상 中 TV 손아귀…파나소닉 “2년 뒤 철수 검토”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홀딩스 사장은 4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TV와 산업용 기기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언급하며 이들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스미 사장은 “2027년 3월까지 수익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철수 또는 매각 등 근본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룹에서 배제할 각오다”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의 이같은 결심은 중국 기업이 2024년 처음 일본 TV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BCN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내 TV 시장 점유율은 중국 하이센스(자체 브랜드와 레그자 합산)가 41.1%로 1위를 차지했다. TCL도 9.7%로 소니(9.6%)와 파나소닉(8.8%)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모리 에이지 BCN리서치 수석 분석가는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일본인의 저축 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중국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매장에 전시된 TCL 115인치 미니 LED TV / 이광영 기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4/image-f80320d1-0444-4be5-a8cc-26166426ea3c.jpeg)
中, 韓 TV 시장 이미 잠식 중…“美 관세폭탄, 韓이 더 불리”
글로벌 TV 출하량 2위인 TCL은 한국 시장으로도 눈을 돌렸다. 2023년 한국법인 TCL코리아를 설립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TCL은 온라인 판매를 넘어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판매로 영역을 확대 중이다. TCL은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국내에서도 TCL 수요가 증가 추세다. 실제 가전 양판점에 비치된 TCL 75인치, 85인치대 TV는 국내 삼성전자, LG전자 제품 대비 최대 40% 이상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일부 양판점에선 TCL의 115인치 미니 LED TV도 판매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산 TV의 위협은 지속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멕시코 수입 비중이 높은 TV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이 프리미엄 TV 위주로 현지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관세 부과에 따라 한국 기업도 관세폭탄 악재를 비켜갈 수 없다. 특히 중국 TV 기업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덕에 한국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영향으로 멕시코에서 생산한 TV도 무관세에서 25% 관세로 영향권에 놓인다”며 “TV 사업에선 미국 수출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멕시코 관세 부과 영향으로 중국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월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용석우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4/image-0e3c49a1-c8a1-4b3c-a020-095ca7920e77.jpeg)
삼성·LG, 기술 우위·라인업 다변화 대응책 마련
삼성전자는 AI를 앞세워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1월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산 저가 공세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경쟁자가 많아졌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술 혁신 포인트가 생겼다는 좋은 의미”라고 말했다.
역시 “AI 시대에 TV는 사람들의 취향과 수요를 알아서 맞춰주는 인터랙티브한 역할을 하고 AI 스크린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는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차별화 기술을 가지고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TV 시장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115인치를 따로 출시하고 라인업도 늘릴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CES 2025에 참석해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전시관을 둘러봤다. 그는 “중국 내수가 어렵고 미중 분쟁으로 큰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우면 가격 경쟁력 강화, 위안화 절하 등을 무기로 들고 나올 수 있다”며 “기술 기반 제품 리더십, 가격 경쟁력 강화, 공급망 등 세 꼭지의 운영 전략 개선 방안으로 대응책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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