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드라마는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았고, ‘오징어 게임’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한류 팬을 양산했다.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탄생한 독특한 산업과 라이프스타일도 해외로 널리 전파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이러한 세계 속 K컬처를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지난해 한국이 ‘K푸드’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42개 주 560여 매장을 둔 트레이더 조에서 한때 김밥 품절 사태도 있었다. 이처럼 미 전역에서 K푸드가 인기를 끌고, 현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데에는 K-컬처의 인기가 한 몫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한국 음식을 현지화하려한 한인 2세 사업가들의 꾸준한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07년 뉴욕에서 김치 업체 ‘마마 오스 김치(Mama O’s Kimchi)’를 창업한 키딤 오(Kheedim Oh, 오기림)씨가 대표적이다. ‘마마 오스 김치’는 현재 홀푸드 마켓 같은 미 식료품 체인과 대학, 식당 등을 통해 미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오씨는 지난 2021년 뉴욕한국문화원이 뉴욕 인근에서 활동하는 성공한 한인을 소개하는 ‘K-뉴리더스’ 프로그램 첫 번째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오씨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난 2007년 뉴욕에서 김치 업체 ‘마마 오스 김치(Mama O’s Kimchi)’를 창업한 키딤 오(Kheedim Oh, 오기림)씨 / 본인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d13b5487-71aa-4ba7-87df-b367710e93aa.jpeg)
◇김치 사업가가 된 한인 2세 DJ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난 오씨의 창업 전 경력은 식품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오씨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대학을 졸업할 즈음부터 DJ 활동을 시작해 14년간 DJ로 활동했고, 콘서트 기획과 음악 제작 등의 일도 했다. 오씨는 “어느날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고 창업한 게 아니다”라며 “당시 현지에서 판매되는 김치는 전통적인 김치 맛과 거리가 멀었고, 원하는 김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 김치가 그리웠던 오씨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뉴욕에 살던 오씨는 메릴랜드주의 어머니를 찾아가 김치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고, 소중한 한국 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해 직접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주머니엔 50달러가 전부였다. 그는 “왕복 버스비로 20달러를 쓰고, 나머지 돈으로 배추, 고춧가루 등의 재료를 샀다”면서 “오래된 아이스 가방에 직접 만든 김치를 담아 뉴욕으로 날랐다” 했다.
뉴요커들은 전통 레시피로 만든 김치에 열광했다. 오씨는 “김치를 먹어 본 적은 있지만, 맛 없는 김치를 먹었던 미국인들에게 우리 김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오씨는 창업 초 지하철을 통해 김치를 옮겼다. 이후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와 같은 단체의 소상공인 대상 지원을 받아 자리를 회사는 잡았다. 현재 ‘마마 오스 김치’는 외주 없이 뉴욕 퀸스 공장에서 모든 김치 제품을 만들고 있다.
‘마마 오스 김치’는 오씨가 인기 리얼리티 TV 쇼 ‘샤크 탱크(Shark Tank)’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샤크 탱크’는 미국 ABC에서 방영 중인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창업자들이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아이템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오씨는 “식품 박람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샤크 탱크’ 출연 기회를 얻었다”며 “‘샤크 탱크’ 출연은 우리 사업에서 투자 대비 수익(ROI)이 가장 높았던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키딤 오 '마마 오스 김치' 대표(왼쪽)와 그의 어머니. 어머니의 '김치 레시피'를 기반으로 회사를 창업한 오씨는 어머니의 성을 따 회사 이름을 지었다. / 본인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3185d6d3-dbc9-443e-85e7-876068ac51ea.jpeg)
오씨는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회사 이름을 어머니의 성에서 따와 지었다. 오씨는 “어머니는 현재도 ‘마마 오스 김치’의 최고 품질 감시관(CQI)”이라며 “주기적으로 어머니께 김치 샘플을 보내는데, 어머니는 언제나 제품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준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불교에서 유래한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삶’이라는 철학을 갖고 생활하는데, 회사 운영에도 이 철학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김치 맛 유지하며 제품 다양화
전통 배추김치인 오리지널 김치로 시작한 ‘마마 오스 김치’는 현재 비건 김치, 김치 칠리(핫 소스), 김치 플레이크(시즈닝), 김치 페이스트(소스)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인의 식습관에 맞춰 다양한 김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각 제품의 기반이 되는 김치 맛은 한국 전통 김치의 것을 유지하고 있다고 오씨는 강조했다. 그는 “제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 외에는 미국 시장을 위해 맛을 조정한 부분은 없다”면서 “‘진짜’ 김치를 판매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했다.
특히 ‘마마 오스 김치’의 김치 페이스트는 세계 최초로 상온 보관이 가능한 김치 양념 제품이다. 오씨는 김치 페이스트에 대해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한국 가정용 김치 레시피는 정량화되지 않았다. ‘마마 오스 김치’ 역시 어머니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재료 무게에 따라 그 때 그때 맛을 조절하며 일관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씨는 제조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맛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김치 페이스트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마마 오스 김치'가 세계 최초로 상온 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든 양념 제품 '김치 페이스트' / 홈페이지 캡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ad2ad6c3-238e-4343-9978-8b5e1d35c88e.jpeg)
‘마마 오스 김치’는 단순히 한국 김치 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김치 문화’를 알리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치 장독대를 축소한 듯한 1/2갤런(약 1.9리터) 크기의 김치 보관용 옹기와 한국 김장에서 사용되는 핑크색 고무장갑 등을 판매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매년 여름 ‘김치 팔루자(Kimchipalooza)’를 개최해 무료 김치 만들기 체험, 매운 김치 먹기 등 김치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씨는 올해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김치 축제를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 북동부 지역에 집중했던 ‘마마 오스 김치’의 활동 무대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 김치 제품이 미 전역의 소매점에서 판매될 계획이다. 김치 페이스트 등의 소스류 또한 소매 및 식자재 공급망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된다. 오 씨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 서비스 회사 중 하나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우리 제품이 미 전역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공들여 추진한 프로젝트가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오 씨의 목표는 단순히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마마 오스 김치’의 경영 철학에 대해 “우리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팀원들을 먼저 돌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업 초창기부터 직원들과 함께 식사했다는 오씨는 이를 통해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고, 모두가 동등한 관계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문화는 조직 최상위의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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