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서도 “李, 잘 모르고 얘기한 듯”
“우회전 행보 지나치면 핸들 원위치”
여당 “말만 앞세워 사회적 혼란 가중”
李, 금투세 폐지 같은 단독 결단 난망
반도체특별법 내용 중 노사(勞使) 핵심 쟁점인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한 전향적 수용을 검토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급진적 우클릭 행보가 당내 반발에 부딪힌 데서 나아가 여권에서도 말만 앞세우는 ‘혀클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9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등은 이재명 대표의 주52시간 예외 적용 ‘반대’ 입장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과 노동시간 예외 적용 문제는 별개 사안임에도 이 대표의 우클릭 노선이 정치권과 노사의 정쟁 사안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4일 환노위 정책조정회의에서 주52시간 예외 적용 논의를 했는데 당장 어디를 고쳐야겠다는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며 “이 대표의 반도체특별법 토론회 취지를 이해하지만, 이 대표가 노동계와 근로기준법의 핵심 사안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주52시간 예외 적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도 ‘예외 적용’ 반대 입장에 이견이 없고, 국회 산중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 다수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가상화폐 과세 유예’ 결정처럼 이 대표가 단독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정책 디베이트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 이걸 왜 안하게 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반도체산업에 국한해 주52시간 적용 예외가 합리적이라는 뉘앙스를 비췄다.
이와 관련, 환노위 소속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특별법에 한 줄 넣어서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현행 근로제도상에서도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늘려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 대표의 우회전 행보가 지나치면 당이 핸들을 다시 원위치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 정책위도 반도체특별법 관련, 주52시간 예외 적용 조항은 제외하고, 여야가 합의된 사안만 통과시키자며 사실상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당내 원칙론자로 꼽히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있는 특별연장근로시간제·재량근로시간제 등으로도 충분히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같은)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환노위와 산자위 위원들이 참석하는 ‘반도체특별법 회의’를 열고, 주52시간 예외 적용에 반대하는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다. 이 대표도 아직 결론이 정해지지 않은 사안인 만큼, 당 안팎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 한 뒤 결단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민주당으로 인해 제동이 걸린 모양새가 연출되자, 국민의힘은 ‘헛클릭’, 말만 앞세우는 ‘혀클릭’이라고 꼬집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더 이상 실용주의(實用主義)의 탈을 쓴 이 대표의 실용주의(失用主義)에 속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국민은 그간 반복돼 온 이 대표의 오락가락 행태가 얼마나 많은 정치 불신과 사회적 혼란을 낳았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급격한 위장 우회전, 프레임 전환도 볼썽사납다”며 “그러나 현명한 국민들은 이제 속지 않는다.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다. 누가 진정 국가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국민을 속이고 있는지 점점 더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흑묘백묘론을 운운하는 이 대표의 현란한 변신술은 반도체 특별법의 주52시간제 예외 문제 후퇴로 인해 가짜 변신술임이 드러났다”며 “이 대표의 우클릭은 ‘헛클릭’이고, 말만 앞세우는 ‘혀클릭’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래서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말이 시대의 유행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주당 스스로 물어봐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대표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최근 중도층 공략을 위해 강조하고 있는 ‘성장’부터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국민 통합’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연설 주제는 ‘회복과 성장’이 될 것”이라며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위해 신성장 동력 창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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