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매년 10억명이 넘는 중국인이 시청하는 중국중앙(CC)TV의 설특집 종합 쇼 프로그램인 ‘춘완'(春晩)’에서 올해는 색다른 출연자가 눈길을 끌었다.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H1’ 16대가 중국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앙(秧)봇(Bot)’이라는 공연에서 무용수 16명과 중국 동북지역의 전통무용 ‘니우양거'(모내기춤)를 선보인 것이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사양 칩을 이용해 개발한 ‘딥시크-R1’을 지난 20일 발표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지 며칠 안 돼 중국이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딥시크에 버금갈 만큼 충격적이었다.
35세의 창업자가 만든 유니트리의 홈페이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H1, G1뿐 아니라 사족보행 로봇 Go1, Go2를 보자니 중국의 기술력이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중국에서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자.
2023년부터 쏟아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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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주요 정책/그래픽=이지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278/image-e24485b7-091d-452e-886e-ca7c3e5da50e.jpeg)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건 2023년 11월부터다. 이때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혁신발전 지도의견’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시스템 구축 △대뇌·소뇌·사지 등 일부 핵심기술 돌파 및 양산,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혁신능력 제고 △글로벌 선두수준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4년 1월에는 공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미래산업 혁신발전 촉진에 관한 실시의견’을 발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혁신 △산업 육성, 보안 및 거버넌스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호응하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省), 안후이성 등 지방정부도 2023년을 전후해 로봇산업 및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 방안을 쏟아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및 지방정부가 제시한 시간표를 보면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를 갖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선두 수준에 오르겠다는 목표가 드러난다. 산업 형성 초기에 글로벌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기차 공급사슬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중국은 전동화 전환이 빠른 장점을 이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앞서가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작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286만대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 전망/그래픽=김다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278/image-100223b1-5f7a-4504-928b-2f04e8b759d8.jpeg)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성도 무궁무진하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7억6000만위안(약 55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9년에는 750억위안(약 15조원)으로 성장해 전 세계 시장의 32.7%를 차지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2035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3000억위안(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30대 창업자가 주도하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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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춘완에서 선 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H1를 제작한 유니트리는 2016년 항저우에서 설립됐으며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창업자 왕싱싱(35)은 저장이공대를 졸업했으며 상하이대학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석사 2학년 때 4족 보행 로봇인 XDog으로 상하이로봇설계대회에서 2등 상을 수상했다. 2016년 6월 석사 졸업 후 드론제조업체 DJI에 입사했으나 두 달 만에 200만위안(약 4억원)의 엔젤투자를 받고 창업의 길에 뛰어든다.
유니트리가 2023년 출시한 4족 보행 로봇 ‘Go2’는 가격이 9997위안(약 199만원)까지 내려갔다. 고급 노트북 한 대를 살 돈이면 4족 보행 로봇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유니트리는 2023년 휴머노이드 로봇 H1를 발표했으며 2024년 휴머노이드 로봇 G1 2세대를 9만9000위안(약 1980만원)에 선보이는 등 ‘저비용+견고한 하드웨어’가 장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가격인 2만~3만달러(2880만~4320만원)의 약 절반 수준이다.
이번 춘완에 선보인 키 180㎝, 무게 47㎏의 H1은 3개월 동안 AI 기반 훈련을 통해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손수건을 던졌다가 받는 고난도의 동작을 소화하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유니트리는 이미 기업가치 80억위안(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주요 휴머노이드 기업/그래픽=이지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278/image-07fa699b-7fd0-47c8-a1a9-b848271c8ee3.jpeg)
중국에서는 유니트리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 시리즈를 양산 중인 유비텍, 화웨이에 입사했던 천재소년이 창업한 에이지봇 등 쟁쟁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널렸다.
지난해 유비텍은 BYD 등 자동차업체로부터 500대가 넘는 ‘워커 S’ 주문을 받았으며 BYD 전기차 공장에서 생산 투입을 위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중 유일한 상장기업이기도 하다. 에이지봇은 화웨이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천재소년'(天才少年) 계획을 통해 입사해 AI 반도체를 연구하던 펑즈후이가 창업한 기업이다.
유니트리와 에이지봇은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40)보다도 젊은 왕싱싱(35), 펑즈후이(32)가 세웠다. 최근 중국에서는 미국 유학파가 아닌 칭화대, 상하이교통대, 저장대, 하일빈공업대학 등 중국의 명문 이공대를 졸업한 30~40대 창업자가 기술 혁신을 주도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이 춘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인 건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컴퓨터, 스마트폰, 전기차를 잇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성장하며 향후 1조위안(약 200조원)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창장증권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막대하며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빠르게 진행되는 중국의 고령화, 인건비 상승은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를 부추기는 요소다. 올해는 AI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도 미중 간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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