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는 ‘고향사랑 기부금’으로 올해부터 10년간 총 2억원을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에게서 받기로 했다. 해마다 2000만원씩인데 이는 고향사랑 기부금 연간 납입 상한액이다. 한 회장은 고향이 경주인데 경기도 용인에 본사를 두고 물류·PC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향사랑 기부금은 고향이나 다른 지역에 기부하고 세액 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연간 납입 상한액이 올해부터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지난 1월에 2000만원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가 경주를 포함해 전국에서 6곳이 나왔다. 강원 홍천, 경북 경주, 경북 의성, 대전, 울산 울주, 전남 장흥 등이다.
◇ 고향사랑 기부금 상한액 2000만원으로 높아져… 지난 1월 지자체 6곳에 들어와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고향사랑 기부금 상한액 2000만원을 낸 사람들은 모두 기업인이다. 고향을 떠나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고향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에서 기업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전남 장흥군은 허기수 송하미트 대표에게서 2000만원을 기부받았다. 허 대표는 장흥이 고향은 아니지만, 지역 축산업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울산 울주군에는 고기한 에이치앤티 대표가 2000만원을 냈다. 그는 재난 예·경보, 전광판 시스템 설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에는 이엘치과병원 이도훈 원장이 2000만원을 납입했다. 그는 대전 대덕구에서 치과병원을 운영 중이다.
경북 의성군은 이준석 해전쏠라 대표에게서 2000만원을 기부받았다. 이 대표는 경북 김천에서 태양광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강원 홍천군에는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이 2000만원을 기부했다. 지 부사장은 기탁식에서 “홍천의 어려운 이웃, 학생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 2023년 시행 첫해에 650억원, 2024년 837억원… 올해 1000억원 목표
고향사랑 기부금은 지난 2023년 도입됐다. 첫해 전국 지자체에 들어온 고향사랑 기부금은 650억원이다. 다음 해인 2024년에는 고향사랑 기부금 총액이 879억원으로 35% 증가했다. 17개 시도 모두 기부금이 늘어났다. 기부금 액수가 가장 큰 지자체는 전남으로 187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경북(103억9000만원), 전북(93억2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동안 고향사랑 기부금 연간 상한액이 500만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상한액이 2000만원으로 높아졌다. 10만원까지 전액 세액 공제를 받는다. 10만원 초과부터 2000만원까지는 16.5% 세액 공제를 받는다. 만약 1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면 연말정산을 통해 10만원을 돌려받고 기부금의 30%인 3만원 범위에서 답례품을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총 1000억원 규모의 기부금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기부금 한도액을 올린 만큼 앞으로도 지역 사업가 등을 중심으로 지자체에 대한 기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1월 기준 고향사랑기부 건수는 약 3만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75% 늘었다고 한다.
고향사랑 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이나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증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작년 8월 전남 곡성군은 고향사랑 기부금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게 됐다. 그동안 소아청소년과가 없어 주민들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인근 지역으로 왕복 2시간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애게 된 것이다. 충남 부여군도 지난 1월 고향사랑 기부금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밖에 고향사랑 기부금으로 자리 준비 청년을 돕거나 폭설 피해 복구에 쓰는 지자체도 있다.
지자체가 고향사랑 기부금을 낸 사람들에게 주는 답례품도 다양하다. 작년에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광주 동구는 쌀·누룩 등을 넣어 만든 증류주, 경남 사천은 명인이 재배한 무농약 토마토를 줬다. 부산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분양권을 제공한다. 경북 상주, 전남 영암 등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지역 화폐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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