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1c06e043-20a7-4f88-a54b-6c4abde1b0af.jpeg)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치 공작’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인사들의 진술이 엇갈리자 그 틈을 벌리고 나선 것이다.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부각하면서 지지층을 겨냥한 ‘탄핵 불복’ 정서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7일 윤 대통령은 이번 탄핵 심판이 ‘정치 공작’으로 시작됐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상현·김민전 의원을 접견하고 “헌법재판소에 나가보니까 이제야 알겠다. 이렇게 곡해가 됐구나”라며 “헌재에 나간 게 잘한 결정”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윤 의원이 전했다.
이는 앞서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서 한 윤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변론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6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4일 5차 변론에서도 “(홍 전 차장이 작성한) 메모가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박선원 (민주당)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내란 몰이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정치 공작’ 주장의 근거로 이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지목한다. 앞서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대상자’를 알 수 없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체포 명단’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공개된 ‘체포 명단’ 메모는 보좌관을 시켜서 옮겨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과 통화에서 계엄 관련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계엄 관련 논의를 국정원장과 담당 2차장도 아닌 1차장에게 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홍 전 차장의 메모에 ‘검거 지원’이 아닌 ‘검거 요청’이라고 쓴 부분도 논란이 됐다. 홍 전 차장은 ‘검거를 지원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했는데, 굳이 ‘검거 요청’이라고 쓴 것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헌법재판관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접견을 마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민전 의원. / 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c932f30b-92c9-420d-89fb-1cdad8fa8db6.jpeg)
◇ ‘탄핵 불복’ 포석?
윤 대통령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겨눴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에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전날 ‘인원을 끌어내라’라고 증언했다. 그는 “본관 안에 작전 요원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했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람이란 표현을 놔두고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곽 전 사령관이 지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고리로 ‘정치 공작’ 프레임을 꺼내 든 여권은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여론전을 한층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정치 공작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번 탄핵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 삼기에도 용이하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국민들이) ‘이제는 좀 더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되겠구나’라는 느낌을 갖는다고 본다”며 “(탄핵 문제도) 원점에서 하나하나 따져서 재검토해 법률적 의미를 찾아야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해 온 여권이 ‘정치 공작’ 프레임까지 꺼내면서 ‘탄핵 불복’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선 “국민의 뜻을 거슬러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헌재를 두들겨 부숴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버려야 한다”(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 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저희가 불복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은 마음속으로 불복할 수가 있다”고 말한 것은 여권 내 정서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해 12·3 불법계엄을 자행하더니 이제는 법과 원칙의 최고 존엄인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음모론을 꺼내든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거짓말과 구차한 변명으로 헌재와 국민들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고, 법의 심판 앞에서 겸허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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