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끝없이 추락한다…”
노도강 아파트 매물 쌓여가고,
강남은 신고가 행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매물이 쌓여가며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서울이지만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지난해부터 고강도 대출 규제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021년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무리하게 집을 산 영끌족들이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현대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6억원(15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8억6300만원(12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6300만원이 빠진 금액이다.
도봉구 쌍문동 현대아파트 전용 70㎡는 4억5000만원(10층)에 거래돼 불과 두 달 전보다 5700만원이 하락했다. 노·도·강의 아파트 매물이 계속 쌓이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물은 5944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도봉구와 강북구 역시 각각 17.8%, 18.6% 늘어나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강남 대형 아파트, 신고가 경신 중
반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시장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급이 부족한 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전용 244㎡는 지난달 73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64㎡ 역시 지난해 11월 68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 현상의 원인으로 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을 꼽는다. 최근 5~10년 사이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대형 아파트의 매물 자체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형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장기 거주 목적이 강해 시장에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간 부동산 양극화, 더 심화될까
서울 내 지역 간 집값 격차도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는 25억1800만원으로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았다.
강남구(24억8300만원), 용산구(22억57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도봉구는 평균 실거래가가 5억5400만원으로, 서초구와 비교하면 4.6배 차이가 났다.
강북구, 노원구, 금천구, 중랑구 등 서울 12개구의 평균 실거래가는 10억원을 넘지 못하며 지역 간 격차를 더욱 실감하게 했다.
특히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작년 하반기 시장이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상승했다.
서초구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지난해 1월 21억3600만원에서 8월 27억25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9월부터 11월까지 25억원대로 조정됐다. 그러나 12월 다시 27억5900만원으로 상승하며 강남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중저가 아파트 시장의 매수 심리가 쉽게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주도하는 지역에서는 당분간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희소성이 있는 대형 평수와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며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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