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정부 ‘한미 FTA 협상’ 주역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외교안보 책사로 임명했다. 21대 총선 때 경제 전문가로 영입됐으나 ‘당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불출마한 홍성국 전 의원도 최고위원으로 발탁했다. 이른바 공천 학살 논란 당시 당을 떠났던 인물을 다시 들인 것이다.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계파를 넘나들며 조기대선 대응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식에서 김현종 외교안보 보좌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스1](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caa00391-4287-4e0b-8cdc-bf014d978ce1.jpeg)
이 대표는 7일 당대표 특보단 외교안보보좌관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김 전 차장에게 임명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표의 국제통상특보단장을 했지만, 그보단 노무현·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트럼프 미 행정부 1기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안보실 2차장을 지냈다.
김 전 차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 각국이 더 강력해진 미국 보호무역 체계에 대응하고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트럼프 1기 경험을 토대로 보다 정교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 이익 균형, 복합 안보를 통해 성장하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표로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와 교류했던 김 전 차장을 통해 대미 외교 전략을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중용’을 내세워 당내 통합을 도모하는 목적으로도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전날 문재인 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지낸 조윤제 전 금융통화위원과 오찬을 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외적으론 외교기조 연속성을, 대내적으로는 ‘비명계 포용’ 이미지를 꾀하는 것이다.
같은 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는 홍 전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 자격으로 첫 참석했다. 호남 몫으로 배정되는 주철현 최고위원 사임에 따라 지난 2일 후임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홍 최고위원은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으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당시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비명계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LAB’의 창립 멤버다. 그는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접견을 마치고 배웅하며 악수하고 있다. /뉴스1](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f9c67979-21fb-47c8-88ad-0ecfdd8e8a8b.jpeg)
친문(親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당도 허용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김 전 지사 등 7명에 대한 복당을 허가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31일 경남도당에 복당을 신청했고, 도당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김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2021년 7월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피선거권을 잃으면서 자동으로 탈당 처리됐으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경남도당 홈페이지에는 친명계 당원들의 ‘복당 반대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김 전 지사가 최근 ‘일극체제’를 공개 비판하자, 이 대표 지지자를 중심으로 “수박(비명계를 가리키는 말)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난달에는 22대 총선 공천에서 사실상 축출된 비명계가 종로에 집결해 ‘5년 단임 대통령제 탈피’를 골자로 한 개헌 토론회를 했다. 정치권에선 대선용 세(勢)결집이란 말이 나왔지만, 김 전 지사는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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