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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살이 ⑷ 노점상] 한파 녹이는 ‘겨울 간식’ 사장님…“단골 올 땐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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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인천 중구 신포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노부부가 겨울 대표 간식인 호떡을 굽고 있다. /이호윤 기자 256@incheonilbo.com
▲ 6일 인천 중구 신포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노부부가 겨울 대표 간식인 호떡을 굽고 있다. /이호윤 기자 256@incheonilbo.com

“팥(붕어빵) 3000원어치 주세요.”

6일 낮 12시쯤 인천 남동구 한 골목.

두꺼운 차림으로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붕어빵 노점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발길을 멈춰 섰다. 천막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노점 안은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고, 붕어 모양의 빵틀에서는 갓 구워진 빵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영하의 날씨에 기다림을 불사하며 2개에 1000원 하는 붕어빵 한 봉지를 건네받아 떠나는 이들에게선 설렘도 읽혔다.

3년째 붕어빵 장사를 해왔다는 70대 김모씨는 “은퇴 후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지금은 용돈벌이 삼아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며 “요즘은 인근에 이런 붕어빵 노점이 별로 없으니 발견하곤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전 10시 반쯤 나와 오후 6시 정도까지 장사해도 버는 돈은 5만원 정도이지만, 동네 단골들이 찾아주고 할 땐 뿌듯하다”며 웃었다.

▲한파에도 손끝과 입안에 온기를

찬 공기와 바람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겨울, 따끈한 길거리 음식들이 시민들의 손끝과 입안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군밤부터 분식, 토스트 등 여러 노점이 모인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는 오전 시간에도 일찌감치 문을 연 곳이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두꺼운 옷과 모자, 난로 등으로 추위를 피하며 손님을 맞을 준비에 여력이 없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훌쩍 넘어선 날씨에도 행인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춰 떡볶이에 따끈한 어묵 국물을 곁들이거나, 토스트 등을 맛봤다.

약 6년째 로데오거리에서 토스트를 판매하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내복을 두 겹 입고, 신발 안에는 깔창 핫팩을 넣어 추위를 피한다”며 “경기가 어렵고, 재룟값이 올라 힘들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가격을 안 올리고 버티는 거다. 힘들어도 손님들이 ‘맛있다’고 해줄 땐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곳 거리에서 만난 정모(43·여)씨는 “추울 땐 아무래도 따끈한 어묵이 먼저 떠오른다”며 “그런 간식들을 파는 포장마차가 보이면 아이들과 함께 종종 가곤 하는데, 요즘은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따뜻한 포장마차 속엔 차가운 현실

한파보다 매서운 불경기 속에서 상향 곡선을 그리는 물가,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로 인해 한숨도 터져 나온다. 또 길거리 노점에 대한 신고와 고발, 단속 등도 고심거리다.

특히 겨울 간식 대표주자로 꼽히는 붕어빵을 파는 곳을 찾아보기가 점차 힘들어지면서, 주위의 붕어빵 노점 위치를 알려주는 앱(App)도 등장했다.

이날 붕어빵 노점을 찾은 한 손님은 혼잣말로 “요즘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 없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 날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에서 만난 포장마차 주인 50대 여성 김모씨는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앞에서 줄을 선 적도 있었는데 올해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며 “붕어빵이나 간식을 파는 개인 카페도 생기다 보니 계속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으로부터 1㎞ 떨어진 부평시장역 인근 건물 1층에 딸린 1평짜리 공간을 얻어 붕어빵을 파는 방모(61·여)씨는 단속은 피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2008년부터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았는데, 구청 단속이 너무 심해서 세를 내고 건물에 딸린 공간을 얻었지만, 월세도 내야 하고 눈에 띄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물가와 함께 점차 뛰는 몸값에 ‘서민 간식’이란 오랜 애칭도 위태롭다.

구월동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60대 여성 이모씨는 “단속이 심하니 붕어빵 노점이 줄어들 수 없다”면서 “또 붕어빵은 서민들의 빵인데, 3개에 2000원 혹은 1개 1000원이란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간식을 사 먹을 여력이 사라지면서 노점도 점차 줄어든 것으로 추측된다”며 “거리에서 생계를 위해 먹거리를 팔며 단속을 받는 노점상들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자체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가게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혜리·안지섭 기자 hye@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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