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를 매료하고 있는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 오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c6288b5e-7f22-40ee-8f15-1562196a7373.jpeg)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16년 만에 다시 극장으로 돌아와 재개봉작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쓰고 있는 ‘더 폴: 디렉터스 컷’ 타셈 감독이 관객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타셈 감독은 “한국에서 이렇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 분)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 분)에게 전 세계 24개국의 비경에서 펼쳐지는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이야기해 주는 영화로, 18년 만의 4K 리마스터링으로 더욱 화려해진 영상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보다 완벽해진 감독판이다.
총 제작 기간 28년, 캐스팅 9년, 장소 헌팅 19년, 촬영 기간 4년, 전 세계 24개국 로케이션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갖고 있는 영화는 2006년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연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소셜미디어 발달과 함께 CGI 없이 완성한 환상적인 비주얼과 명장면이 수없이 공유되며 글로벌 팬덤이 생겨났고 재개봉 요구가 빗발치면서 4K 리마스터링 작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2008년 12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란 제목으로 개봉해 전국 10개 관에서 2만8,000명을 동원한 데 이어, 16년 만에 4K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지난해 12월 25일 재개봉한 ‘더 폴: 디렉터스 컷’이 개봉 첫날 전국 66개관, 좌석수 1만5,025석이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열성 지지층과 입소문을 통한 높은 좌석판매율로 장기 흥행을 이어왔고 마침내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관객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내한한 타셈 감독. / 시사위크DB](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a62b0115-d22e-49ad-b693-fa504d545bb7.jpeg)
타셈 감독은 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더 폴’이 마치 부활한 것 같다”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겨우 기어다니는 아이가 있었는데 20년이 지나서 그 아이를 다시 보니 갑자기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재조명받는 게 상당히 놀랍다”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당시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이 제일 컸고 영화는 어떻게든 만들고 삶은 계속되는거지 생각했는데 20년이 지나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까 내가 그 당시 상당히 어렸고 야심 찼구나 생각이 든다. 오늘이라면 다시는 못만들 것 같고 그 누구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이유에 대해서는 “애초 4K 화질로 영화를 제작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극장에서 온전히 상영할 수 없었다”며 “당시 이 영화가 오래갈 것이라 생각해 최신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 이후 다시 리마스터링을 진행하려 했지만 초기 4K 마스터를 찾기가 어려웠고 촬영 원본을 기반으로 몬트리올에서 새로운 버전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기존과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타셈 감독은 “토론토영화제서 이 영화를 처음 공개했을 때 넣은 두 장면이 있었는데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면서 “비평가들이 비판했던 장면들을 결국 편집하게 됐는데 한 장면은 빼서는 안됐다. 이번에 그걸 다시 넣었다. 또 바꾸고 싶은 부분을 바꿨다. 중요한 대사가 있는데 어른들의 동화, 우화라는 걸 꼭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CGI 없이 환상의 세계를 완성한 ‘더 폴: 디렉터스 컷’. / 오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d4cc88ec-e8fa-4391-8773-ec2fb9322fca.jpeg)
20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묻자 타셈 감독은 “왜 처음 이 영화가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안 좋아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타셈 감독은 “그 어떤 것과도 같은 게 없는 영화다. 어떤 패턴을 벗어났을 때 그만의 장점이나 가치가 있다. ‘기생충’이나 ‘올드보이’도 다른 걸 보여줬기 때문에 열광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영화는 당시 기대와 달랐던 것 같다”며 “패션 같은 경우도 20년 뒤에 다시 레트로로 유행하는 경우가 있듯 내 영화도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만약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 비평가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면 또 다른 결과가 있었겠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건 괜찮다. 사람들이 ‘환상적’이라고 말해도 좋고 ‘정말 거지 같아’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그냥 괜찮아’라고 하면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서 이 영화를 보고 열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다”며 “지난해 토론토에 갔을 때 비평가들이 ‘왜 더 폴을 볼 수 없냐’고 하기에 ‘20년 전 그토록 알리고 싶었는데 그땐 어딨었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때 나는 10살이었다’고 하더라.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가 이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떠올렸다.
타셈 감독은 “미국에서는 하루 동안 상영했는데 몇 분 만에 매진이 되고 인기가 많아서 8주 정도 확대 상영했다”며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곳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타셈 감독이 영화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전했다. / 오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92e23edb-7a0b-4b2d-a1a9-8255d569c0a2.jpeg)
영화는 나비 산호섬, 주홍빛의 사막, 하늘과 맞닿은 호수, 끝없는 계단, 수상 궁전까지 보면서도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신비한 장소가 넓은 스크린을 채우며 관객을 매료한다.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은 세계적 디자이너 이시오카 에이코가 제작한 연꽃 모자와 날개 가리개, 푸른 망토와 붉은 마스크 등 동식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독창적인 의상 역시 캐릭터에 확고한 개성을 심어주는 동시에 광활한 자연과 어우러져 영상미를 극대화한다. 특히 이토록 황홀한 판타지 세계는 CGI 없이 오직 촬영만으로 창조돼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타셈 감독은 “아무리 훌륭한 특수효과를 쓰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이기 마련”이라며 “내가 선택한 로케이션이 매우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이런 공간에 CGI를 사용하게 되면 모자를 쓴 위에 또다시 모자를 쓴 느낌이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CGI 활용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맞지 않았다”고 CGI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를 만들 때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타셈 감독은 “나의 배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릴 때 히말라야에 있는 기숙학교를 다녔는데 아버지가 이란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방송이나 영화를 TV로 봤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무성영화가 익숙한 사람이고 자연스럽게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타셈 감독이 카틴카 언타루(사진)와의 첫만남을 떠올렸다. / 오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c96924fd-20f7-48e7-8ae4-4f1f979690ba.jpeg)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는 호평 이유인데, 주인공 로이를 연기한 리 페이스는 무려 12주 동안 촬영 외에도 휠체어 생활을 하며 전 제작진을 속이는 메소드 연기를 펼쳤으며 9년을 찾아 헤맨 끝에 발굴한 카틴카 언타루는 현장의 상황을 진짜로 믿고 가슴을 울리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타셈 감독은 카틴차 언타루와의 운명적 만남을 떠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타셈 감독은 “7~8년 정도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루마니아에서 우연히 이 아이를 발견하게 됐다”며 “아이를 찾자마자 형에게 ‘바로 이 아이’라고 이야기했고 지금 당장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28년 동안 이 영화를 제작하고 17년간 로케이션 헌팅을 고민했는데 아이를 만나자마자 그 순간부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특별히 어떤 배우를 염두에 두면서 작품을 하진 않는다”면서 “나는 일단 아이디어가 있고 그거에 맞는 노래가 있으면 그걸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게 나의 작업 방식이다. 만약 흥미를 끄는 소재나 주제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당연히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을 보면 다른 행성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한국은 다른 행성 정도가 아니라 다른 우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타셈 감독은 “한국에서 이렇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며 “이 영화는 스타일이나 비주얼 때문에 제대로 된 스크린에서 봐야 하는데 영국 런던 아이맥스에서 본 것보다 한국 상영관에서 본 게 훨씬 더 좋았다. 내가 의도한 걸 잘 살려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여성 관객들이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무한히 사랑한다”면서 ‘감사하다’고 한국어 인사로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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