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조 원 규모 미국 뷰티 시장 정조준
K-뷰티 바람 타고 글로벌 강자로 도약
“이제 중국 대신 한국이 대세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K뷰티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올리브영은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현지 법인 ‘CJ올리브영 USA’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1999년 서울 신사동에 첫 매장을 연 후 26년 만의 해외 시장 본격 진출이다. 이번 미국 법인 설립을 계기로, 올리브영은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 개점까지 추진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뷰티 시장 규모는 5,700억 달러(약 740조 원)에 달한다.
이 중 미국 시장만 1,200억 달러(약 156조 원)로 단일 국가로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화장품 수출액(102억 달러)과 비교하면 12배가 넘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미국 내 중국산 화장품 점유율이 2017년 21%에서 2024년 9%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9%에서 22%로 대폭 상승했다.
이는 K뷰티 브랜드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이 촉매제가 된 결과로 보인다.
K-뷰티, 글로벌 시대 개막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가운데, 한국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화장품에 대한 관세율은 캐나다·멕시코 25%, 중국 35%, 한국 0%로 책정될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 제품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앞세워 중국산 화장품의 대체재로 더욱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리브영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미국 공략을 준비해 왔다. 그동안 온라인 직구 플랫폼을 통해 미국 소비자와 접점을 넓혀 왔으며, 이번 법인 설립을 계기로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올리브영은 2012년 중국 시장에 10개 매장을 열었다가 철수한 경험이 있지만, 이를 교훈 삼아 미국 시장에서는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우선, CJ대한통운 미국 법인과 협력해 현지 물류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글로벌몰과 연동되는 실시간 재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빠른 배송과 효율적인 재고 운영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는 “미국 법인 설립은 중소 브랜드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K뷰티 성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발판”이라며 “해외에서도 ‘K뷰티 성장 부스터’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1위, 해외에서도 통할까?
올리브영은 국내 시장에서 이미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 5,2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으며, 연 매출 5조 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같은 성장은 온·오프라인 동반 성장 덕분이다.
온라인몰과 연계한 ‘오늘드림’ 퀵커머스 서비스는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수도권 위주였던 매장 고도화 전략을 전국으로 확대한 점도 주효했다.
특히 매장 내 중소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면서 상품 경쟁력도 높였다. 올리브영의 전체 입점 제품 중 80% 이상이 국내 중소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K뷰티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독창적인 제품을 원하는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이 성공하면, 이는 단순한 해외 시장 확장을 넘어 K뷰티의 글로벌 영향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일본과 동남아를 넘어 북미 시장에서도 주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올리브영이 국내에서 쌓은 브랜드 파워와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이 과연 세계 1위 시장에서 살아남아 K-뷰티의 위상을 더욱 드높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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