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전문학원 대표 A씨는 근로자 13명의 임금 및 퇴직금 등 총 4억200만원을 체불한 혐의로 작년 12월 10일 구속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A씨는 학원경영과 관계없는 배우자 등에게 총 9억원을 주면서 10년 가까이 임금을 체불해왔다. 아르바이트 근로자 1명의 임금 300만원을 주지 않고 버티던 카페 사장 B씨는 작년 10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잠복 중인 고용부 근로감독관에게 검거됐다. 그는 10차례 이상 노동청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등 연락을 피해 왔다고 한다.
이렇게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버티다 고용부에 구속·체포되거나 압수수색을 받는 사업주가 해마다 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임금체불이 큰 범죄가 아니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하고, 사회적 경각심 높이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임금 안 주고 버티는 사업주 해마다 늘어
고용부는 작년 근로자 임금을 체불한 666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전년(533명)보다 24.95% 늘어난 것이다.
또 고용부는 작년 임금체불로 통신영장 548건, 압수수색 109건을 집행했다. 통신영장은 전년보다 37.69%, 압수수색은 15.96% 증가했다. 작년 임금체불로 구속수사를 받은 인원은 16명으로, 전년보다 1명 늘었다.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고용부의 수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체포·통신영장 집행과 압수수색, 구속수사를 모두 합쳐 작년 기준 총 1339건이다. 2021년 693건을 시작으로, 2022년(776건), 2023년(1040건) 등 두 자릿수 증가 폭을 보였다.
고용부가 작년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주요 사례를 보면 이들 대부분은 노동청의 연락을 회피해오다 붙잡혔다. 일부는 근로감독관이 직접 찾아가자 신분을 숨기는 식으로 수사를 피하기도 했다고 한다. 체불 금액은 적게는 40만원대부터 많게는 3000만원가량이었다.
일부 사업주는 근로감독관에게 검거되자마자 곧바로 체불 임금을 청산하기도 했다고 한다. 임금 지급 능력이 있는데도 주지 않고 버텨왔던 것이다.
구속 수사를 받은 사업주는 악의적이고 상습적으로 근로자 임금을 체불했다. 타인 명의 휴대전화나 금융계좌를 이용해 수사를 회피하면서 가족 등에게 재산을 은닉하는 식이다. 임금체불로 105건의 신고를 받은 사업주도 있었다. 체불금액만 수억원에 달했다.
◇임금체불액도 해마다 최고… “임금 올라 총액 증가”
작년 임금체불액은 2조448억원으로, 전년(1조7845억원)보다 14.6% 늘었다. 역대 최고액이다.
작년 임금체불액이 늘어난 원인은 복합적이다. 건설업 경기 불황에 법정 관리에 돌입한 대유위니아와 티몬·위메프(큐텐) 등 일부 대기업의 집단체불이 겹친 탓이다.
작년 주요 업종별 임금체불액을 보면 건설업이 4780억원으로, 전년보다 9.6% 늘었다. 또 대유위니아는 1197억원, 큐텐은 320억원 규모의 근로자 임금을 주지 못했다.
고용부는 또 해마다 늘어나는 임금으로 체불 임금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작년 역대 최고 대규모인 1조6697억원의 체불임금을 청산했지만, 아직 남은 체불액은 전년보다 많다.
이에 고용부는 임금체불 사업주에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금체불로 명단공개가 된 사업주에 대한 출국금지 근거 마련에 나선다. 또 대지급금을 받고 1년이 지나거나, 2000만원 이상 내지 않는 사업주의 정보를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하는 식이다.
김유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임금 체불 관련 구속 수사를 강조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입소문이 나는 게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은행 융자는 (꼬박꼬박) 내면서 임금은 안 주는 인식을 가진 사업주가 꽤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안일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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