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주가 방어에는 역부족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조 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고도 주가 부양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변수 속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AI 시장에서 반등 기회 잡을까?
5일 오전 9시 25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7% 오른 5만 30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최근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오픈AI, 소프트뱅크 등이 추진하는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단행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당장의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3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매입 단가는 보통주 5만4000원, 우선주 4만5000원 선으로 추정되며, 이를 감안하면 현재 기준 평가 손실은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3일 기준으로는 국내 증시 급락과 맞물려 평가 손실이 180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자사주 소각 계획 덕분에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지는 않지만, 삼성전자가 주가 방어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긴 것은 사실이다. 주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 변수와 외국인 투자자 이탈
여기에 글로벌 시장 변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초저가 AI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판도를 흔들었고,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가 이어지면서 AI 관련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지난해 7월 56.55%였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6개월 만에 50%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지난해 8월 5일 하루 동안에만 1조2000억 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이 외국인 손에서 빠져나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 필요하며, HBM3E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공급 일정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 부문의 가동률 상승과 생산 수율 안정화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편,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갤럭시 S25 시리즈 출시로 모바일 경험(MX)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반도체(DS) 부문은 비수기 영향과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인한 중국향 HBM 공급 감소, 낸드플래시 판매량 감소 등의 악재가 겹쳐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점은 삼성전자의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낮췄으며, 삼성전자의 실적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 환경이 단기적으로 호재보다 악재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을 위한 변곡점은 언제 찾아올까?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공급 일정 확정,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완화,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 등의 신호가 포착될 때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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