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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광장 이후…2030 남성 노동자도 노조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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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을 접한 순간, 공장에서 느낀 충격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사실상 모든 정치 활동과 집회를 금지하는 포고령을 내린 그날, 나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차량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야간조 근무 중이었다. 생산라인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동료들과 늘 하던 대로 작업하던 순간, 휴대전화에 뜬 기사로 이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 대통령이 비상계엄 포고령을 선포했다고? 한국에서, 그것도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황당했다. 노동조합 활동도 금지되는 건가? 공장벽을 두르고 있는 현수막과 농성장은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현장 분위기도 술렁였다. 젊은 노동자들은 생전 처음 겪는 비상계엄에 어리둥절해했고, “우리 가족여행 못 가는 거 아니야?”하며 농담하는 동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 많은 형님들은 심각했다. “예전에 독재 시절에나 이런 일이 있었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이건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한국지엠 부평공장(자료사진). ⓒ연합뉴스
▲ 한국지엠 부평공장(자료사진). ⓒ연합뉴스

우리는 촛불과 응원봉이 있는 거리로 나갔다

포고령이 선포된 다음 날, 우리 조합원들은 파업에 나섰다. 이 순간만큼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날 반드시 집회에 나서야 한다고 느꼈다.

솔직히 처음엔 걱정됐다. 혹시 우리가 너무 소수인 건 아닐까? 하지만 집회에 도착하자마자 그 걱정은 사라졌다. 상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촛불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추위를 견디며 자리를 지켰다. 우리는 단순히 ‘한 명의 참가자’가 아니라,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함께하고 있었다.

이후로는 인천 시민집회에 참여했다. 인천에서 그렇게 많은 시민이 모일 줄은 몰랐다. 그날 집회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응원봉이었다. 촛불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다양한 색의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저마다의 방식으로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었다.

이런 집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포고령이 선포된 순간, 만약 모두가 침묵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침묵하지 않았고, 노동자들도 침묵하지 않았다.

바뀌지 않는 공장, 비정규직 앞에 놓인 현실

하지만 우리가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을 때도, 공장의 생산라인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바뀌지 않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안 수없이 쪼개진 하청업체들 사이에서 비정규직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최근 ‘BTX코리아’라는 업체에서는 13년을 근무한 직원이 하루아침에 공장 밖으로 강제 전환배치되었다. 안전선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게 이유였다. 정말로 안전이 문제였을까? 아니었다. BTX는 ‘안전’을 이유로 노동자를 언제든 내보낼 수 있는 존재로 취급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임에도, 인사권이 있으니 정당하다는 논리였다. 그렇게 억울하게 쫓겨나 하소연도 못한 채 사라진 비정규직이 수도 없이 많았다.

‘엘림’이라는 업체에서는 도장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유해 화학물질이 가득한 공장에서 부실한 안전장비에 의지한 채 맨몸을 써가며 위험천만한 노동에 투입되어 일한다. 바닥에는 미끄러운 페인트 찌꺼기가 굳어있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다. 숨을 쉬기조차 어려운 공간에서 언제 불이 붙어 화재가 날지 모르는 시너로 페인트를 닦으며 위험한 하루를 보낸다.

‘더원테크’라는 업체에서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곳 노동자들은 2025년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부터 대통령이 탄핵되는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누구든, 정치가 어떻게 요동치든,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이들 업체에서 적지 않게 노동조합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켜켜이 쌓여 있던 불만이 계엄에 맞선 저항이라는 열린 공간을 비집고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들 중 상당수는 2030 남성 노동자다. 극우의 광풍 이전에 자본의 압제에 시달려온 청년 노동자들이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탄핵됐다. 많은 이들이 ‘역사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뀐다고 자동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박근혜가 탄핵될 때도 비정규직이었고, 문재인 정권 때도 비정규직이었으며, 윤석열 정권에서도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다면, 이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촛불을 들었던 그날, 우리가 소수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났던 것처럼, 노동자들의 싸움도 결국에는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할 것이다.

지난해 연말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법리를 삭제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식을 되찾은 판례일 뿐인데 하청업체 사장들은 벌써부터 각종 꼼수를 들이밀며 비정규직 임금 깎을 궁리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각성한 젊은 노동자들에게 자본의 꼼수는 오히려 진출의 계기점이 되어줄 것이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고야 말 것이다.

정치가 출렁일 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들을 이겨내고 나아갈 것이다. 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변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연 9차 범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연 9차 범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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