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신문에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가 상속세 공제한도를 높여 세금을 줄여주고,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으며 이 분야 노동자들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를 주장하는 등 무리한 노선변경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온 공직선거법 재판을 최대한 늦추면 대선 전까지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서다.
한겨레 “대선 표심만 노린 ‘급변침’으로 비칠 수 있어”
한겨레는 사설 「‘우클릭’에 당내서도 우려 목소리, 이 대표 경청해야」에서 민주당이 상속세 공제한도를 높일 경우 현재 상속 재판이 10억 원 이하면 상속세를 면제받지만 개정안대로면 18억 원까지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주52시간 상한 규제를 적용하지 말자고 이 대표가 직접 주장한 것,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제 2년 유예에 동의해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 등을 거론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친기업·신성장 노선을 천명하더니, 반도체특별법 도입 관련해 노동자의 휴식·건강권 보장은 언급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반도체 기업의 경영 전략 실패를 ‘노동 시간 부족’탓으로 돌리는 기업 논리에 동참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속세 방안 또한 최고세율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속세 완화는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하고 서민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이 대표가 ‘기본사회(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삶은 책임지는 사회)’를 당 강령에 넣은 지 5개월 만에 자세한 설명도 없이 후순위로 돌린 데 고개를 갸욱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대표의 행보가 대선 표심만 노린 ‘급변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은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실용을 좇더라도 당 정체성과 가치마저 훼손해선 안 된다는 안팎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1면과 6면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적용 예외 주장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소식을 배치했다. 민주당 환노위 소속 한 의원은 한겨레에 “특별법 제정이든, 근로기준법 개정이든 반도체산업 일부 업종 종사자에게 주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전날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반도체특별법에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와 같은 문구가 들어가거나 근로 조건의 예외 부문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당내 반발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김동연 경기지사는 MBN 유튜브 방송에서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용주의가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 없다”고 말했고,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에 역행하고 민주당의 노동 가치에 반하는 주장으로 ‘실용’도 아니고 ‘퇴행’일 뿐”이라며 “민주당의 노동 정책이 윤석열의 정책과 똑같아서야 되겠느냐”고 썼다.
경향 “이재명, 2심 재판 정도로 가야”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에 대해 경향신문은 「위헌심판 신청한 이재명 대표, 2심 재판 정도로 가야」란 사설을 내고 “안 그래도 ‘재판지연’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불신만 자초할 위헌심판 신청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항소심 2차 재판에 출석하면서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하게 끝날 것”이라며 시간끌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이 대표 측 논리가 옹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 대표 측이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의 허위사실 공표 처벌 조항을 위헌으로 보고 재판부에 방어권 성립 여부 판단을 구하려 했다면 1심 때부터 신청했어야 옳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대통령 윤석열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 위헌 판단을 받겠다고 나서니 시간끌기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한 뒤 “문제의 조항이 이미 수차례 위헌심판을 통해 합헌성이 인정된 것을 감안하면 이 대표 측 논리는 옹색하게 보인다”고 했다. 만약 재판부가 이 대표 측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26일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했고 선고는 3월말에서 4월초로 예상된다. 이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선거에 나갈 수 없다. 경향신문은 “본인(이 대표)은 물론 당이 국민 신뢰를 입고 상처 입은 국가 재건에 앞장서려 한다면 항소심 재판에 당당하게 임해 법리 다툼으로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며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윤석열 정권의 탄압임을 증명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1야당 대표로 유력 차기 대선 후보인 이 대표라면 국민 신뢰를 우선하고 재판 대응은 정도로 가길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비슷한 취지의 사설을 냈다. 이 신문은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헌재 통지서 수령을 거부하자 맹렬히 비난하더니 정작 자신은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갖은 꼼수를 동원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스스로 법을 어긴 사실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오히려 신속한 판결을 요구해야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 대표 또 막무가내 재판 지연, 국민이 보고 있다」에서 이 대표가 선거법 1심 판결 후 소송 통지서를 받지 않으려 피하고 변호사 선임을 늦추거나 추가 증인을 신청하며 재판을 두달 가까이 끌어온 것, 대북 송금 사건 재판부에 기피신청을 내고 ‘기록을 다 못 봤다’며 추가 공판 준비 기일을 신청한 것 등을 거론하면서 “2심 재판부가 재판 지연용 위헌심판 신청은 기각하고 신속히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을.파.면.하.라’ 활용한 세로드립 칼럼
6일자 한겨레 지면에 소위 ‘세로드립(이합체시)’을 이용한 칼럼이 나왔다. 김동훈 한겨레 전국부장(전 한국기자협회장)은 「‘내란방탄오적’과 국민소환제」란 글에서 총 8문단의 칼럼을 썼는데 각 문단의 앞 글자를 모으면 “윤석열을 파면하라”가 된다.
김동훈 부장은 이날 한겨레 칼럼에서 최근 정의당 강원도당이 선정한 ‘윤석열 내란방탄오적’인 윤상현, 권성동, 추경호, 나경원, 김민전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거론하고 이들에 대한 ‘국민소환제(국회의원 주민소환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은 국회에서 탄핵소추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현행법상 파면할 방법이 없다.
김 부장의 칼럼 여덟개 문단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윤상현, 권성동, 추경호, 나경원, 김민전”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을 판에 갖가지 궤변으로 내란을 두둔하고 극우세력의 난동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들을 선정한 사유를 자세히 열거했다”
“열불나게 하는 이들이 어디 ‘내란방탄오적’뿐이겠는가”
“을사오적에 빗대 ‘신을사오적’이니 ‘내란방탄오적’이니 하는 말들이 나돈다”
“파렴치한 모습에 급기야 지역구 주민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면역이 된 탓인지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행법상 국회의원을 투표로 쫓아낼 수는 없다”
“라일락 꽃 피는 4~5월이면 조기 대선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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