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제도’가 시행 3년을 맞은 시점에서 인구 및 정치적 구조에 얽혀 각종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권한 실효성도 없는 탓에 자칫 ‘불안정한 지방자치 모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도시 체계에 대한 재개편론이 점차 힘을 받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 [인터뷰]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현행 ‘대도시 체계’ 완전히 바꿔야”
▲“알맹이 빠졌다”는 특례시, 어떻길래
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월 13일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됐다. 지방정부의 가장 기초인 시·군·구에 특례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은 행정·재정·조직 권한이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경기도 등 17개 광역단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100만 인구를 넘긴 곳을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도 뒀다. 다만 구체적인 권한은 명시돼있지 않았다. 근거 마련이라는 첫 단추는 끼워졌으나, 핵심은 제외된 셈이다.
결국 3년이 지난 지금, 해당 지역의 평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라는 게 지배적이다. 올해 새로 특례시에 진입한 화성시조차 시민 안내문에 법적 지휘가 모호하고, 권한이 부족하다는 설명을 적었을 정도다.
경기도의 특례시는 출범 첫해 수원·용인·고양 3곳에서 화성까지 4곳으로 확대된 바 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에 기반해 특레시로 이양된 대표적 사무(기존 정부·경기도 운영)는 16가지로 압축된다. 작은 기능을 합치면 수백 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할 만한 권한은 부족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물류단지와 관광특구 지정권이 있는데, 이미 도시가 포화한 상태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항만과 관련한 권한도 화성을 뺀 3곳은 지리적(내륙)으로 활용할 수 없다.
특히 사무를 관리·운영하면서 수반되는 재정에 대한 권한은 일절 없다. 그간 지방소비세 인상분, 특별교부세, 복권 수익금 등의 일부 권한을 특례시에 주는 방안이 제안돼왔으나 빈번히 정부 검토에서 반려됐다. 조직의 경우 정원조차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는 신규 권한에 접근조차 못 했다.
▲논란 속 절차·기준…“비현실적 구조”
뒷받침이 부족한 특례시는 권한 확보가 ‘험로’ 그 자체다. 지자체가 대통령 직속기관인 지방시대위원회에 건의한 뒤 전문위·분과위·본회의로 구성된 3차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 의결된 안건은 국회가 개별법으로 개정하는 순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보고, 중앙부처 협의를 비롯해 수정 및 재건의 시간을 더하면 1~2년이 지난다. 주로 사무 권한을 쥐고 있는 경기도와의 협의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부 기능이 마비된 데다, 국회 대립으로 인한 법안 절차 이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특례시 지원’을 골자로 한 법안이 7건이나 계류 중이다.
과거 특례시를 주도했던 염태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무)은 “행·재정적 권한이 대통령과 정부 결정에 맡겨져 특례시는 늘 해달라고 촉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시민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의 관점에서 너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인구’를 절대적 기준으로 두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도 빚어지고 있다. 수년째 90만명 대인 성남시는 행정수요는 상당함에도 인구수 탓에 자격이 되지 않아 불만이 적지 않다. 올해 100만명대가 무너져 특례시 지위를 잃게 될 위기인 창원시도 현행 제도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상돈 천안시장은 “특례를 받고 인구가 감소하면 박탈되는 거 아니냐. 의미가 없다”라며 불편한 시각을 보였다.
또 인구 감소세가 뚜렷한 비수도권은 특례시 반대에 기울 수밖에 없어 권한 확대 등 과정에서 충동할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 수도권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통계청은 경기도 인구를 2050년 이후 감소 추세에 돌입하고, 1400만명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기구는 비수도권 특례시 인구 기준을 50만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 명예연구위원(행정학 박사)는 “지방 사무 1만개 정도에서 광역이 직접 처리하는 것만 3200여개에 달한다. 정치적 요소 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를 모두 법제화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논란이 되는 인구 100만명 기준부터 해제하고, 법적 협의체를 활성화해 대도시가 사무를 신속하게 논의하고 이양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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