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우리은행에서 2,334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드러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건 외에도 추가 부적정 대출 사례가 대거 확인됐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중 60% 이상이 현 경영진 체제 이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부당대출 외에도 다수의 내부통제 부실 사례가 적발되면서, 임 회장 역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부당대출 2,334억 적발… “60%, 현직 경영진 체제에서 취급”
금감원은 지난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 등 3곳에서 총 3,875억원(482건)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은행별 적발금액을 보면, 우리은행이 2,334억원(10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 892억원(291건), NH농협은행 649억원(90건)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심 사례가 드러나면서 당국의 고강도 검사를 받았다. 부당대출 규모는 앞서 수시검사에서 드러난 규모보다 대폭 증가했다.
앞서 금감원은 수시검사에서는 350억원 규모의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 대출을 적발한 바 있다. 이후 정기검사를 진행한 결과,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을 추가 적발했다. 이에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적발액은 350억원에서 730억원으로 불어났다. 총 부당대출(730억원) 중 61.8%인 451억원은 현 경영진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취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확인된 부당대출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시설자금 대출을 취급하면서 부도수표를 이미 거래된 중도금 증빙으로 인정하거나, 계약서 등 고객 제출 서류 진위확인을 소홀히 했다. 또한 자기 자금 및 상환능력 심사를 부적정하게 처리했다.
부당대출 중 상당금액은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측은 “전체 부당대출(730억원) 중 338억원(46.3%)이 부실화됐다”며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대출 451억원 중 123억원(27.3%)이 부실화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존 적발된 350억원 중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을 미뤄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선 고위 임직원의 부당대출 사례가 대규모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은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다.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 전체 부당대출(1,604억원) 중 1,229억원(76.6%)이 부실화됐다.
이 외에도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 △영업행위 관련 전산시스템 미흡△온정적 문화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 대응 부실 △금융사고 미보고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온정적 징계 등 느슨한 조직문화가 금융사고 대응을 부실케 했다고 봤다. 금감원 측은 “전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시킨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면서 “징계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포상·승진을 시행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징계 효과가 면탈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따.
더불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보고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 보험사 인수 차질 빚나
건전성·리스크관리 시스템에도 다수의 허점이 지적됐다. 특히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 준수 과정에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적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금감원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하기 전에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 이에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더불어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동양생명보험·ABL생명보험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며, 최근 자회사 편입 심사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이번 정기 검사 결과로 다수의 내부통제 소홀 사례가 드러나면서 당국의 인수 승인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낮아질 경우 보험사 인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해선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이달 내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검사 결과로 임 회장 역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임 회장은 관료 출신 인사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 고위직을 역임한 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으며, 201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2023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내부통제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내몰렸다.
임 회장은 이번 사태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하게 다잡고 있다.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나섰다. 다만 당국이 현직 경영진의 책임도 강하게 묻고 나서면서 향후 경영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