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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수출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업체와 정부가 한 팀이 돼야만 한다. 업체들도 원팀이 돼야 한다. 서로 양보하며 원팀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서로의 장점들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각자의 이익을 양보하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잘 극복해서 시장을 잃어버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어성철 한화오션 사장)
“미래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 기술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많다. 협력 관계를 잘 이뤄서 준비를 해가야 한다. 국내 모든 인프라를 하나로 합쳐서 대응해도 어려운 상황이다. ‘팀 십, 팀 코리아’가 반드시 구축 돼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보다 진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고민 해 보겠다.”(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표)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러브콜’을 받으며 수출 기대감이 높아진 한국 해양 방산을 이끌고 있는 양대 산맥의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한 말이다.
어 사장과 주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내외 함정사업 발전적 추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전날(3일) 있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방산업체 지정 발표 직후에 열린 행사에 7조 8000억원 규모의 대형사업을 두고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는 두 기업의 대표가 나란히 참석한 것 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두 회사 모두 원론적으로는 ‘원팀’ ‘팀 코리아’에 공감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서 양사의 입장이 확연히 갈렸다.
특히 다음달 사업추진방식 결정을 앞둔 KDDX 사업을 두고 지난 수년간 쌓여온 앙금을 털어 내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두 회사가 힘을 모으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현실을 그대로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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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복 HD현대중공업 상무는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해양방산은 완전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 부작용으로 계획 경영을 어렵게 했고, 기술 개발 투자 위축 등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최 상무는 “다행인 것은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라며 “선도함 연구개발 수의계약 제도 덕분에 함정 연구개발이 가능했던 것이고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면 함정 개발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DDX 사업추진 방식도 기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반면 김호중 한호오션 상무는 “KDDX사업의 추가지연 방지와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합리적 방식의 사업추진이 필요하다”며 공동협력과 1·2번함 분할 건조를 제안했다.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을 하던 기존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김 상무는 이 방식을 통해 △국내 함정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의 총집결을 통한 세계 최고 성능의 함정 확보 △안정적인 함정생산 기반확보 △지역경제 균형 발전 △K함정의 방산수출 역량강화 등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KDDX 사업과 관련해 두 기업의 갈등 키운 방위사업청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이철재 중앙일보 기자는 “방사청이 공정하지도 못했고 매끄럽게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모두에게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다가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그런 형국이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청에 원죄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 사업추진방식이 결정되든 향후 수출을 위한 원팀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적당한 반대급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현승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은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솔로몬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분리 발주하는 방안, 공동설계 방안 등을 언급했다.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분리 방안에 대해 신 부장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가 한 개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고, 상세설계가 종료된 후 선도함 건조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전체 공정기간에 걸쳐서 상세설계를 하기 때문에 그것을 무 자르듯이 기술적으로 자르는 데 있어서 굉장히 어려움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설계 방안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공동설계를 했을 때 굉장히 많은 고려 될 요소들이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 부장은 “아마 두 회사가 모두 원하는 모습들을 100% 맞춰주는 답은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두 회사가 수용 가능할 만한 수준의 솔로몬의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을 더 많이 해서 빠른 시간 안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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