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전에 직면한 모습이다. 당 지지율이 답보하는 상황을 고리로 비명계가 본격 견제에 돌입했고 외연 확장을 위한 방안으로 선택한 실용주의 행보가 ‘정체성’ 논란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세지는 압박에 이 대표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 비명계, 이재명 견제 본격화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인사들은 연일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호기를 잡았음에도 당 지지율이 고전하는 게 주된 명분이 됐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KBS 광주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민주당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행보를 해주기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국민적 실망감이 표현된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의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2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3.7%, 민주당 지지율은 39.7%로 나타났다. 리서치뷰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선 민주당은 42%, 국민의힘은 41%로 조사됐다.
비명계는 이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 이 대표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이 대표 책임론까지도 꺼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임 전 실장 비판 정도는 충분히 받아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대표라고 ‘지지율 정체’에 대한 위기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행보는 이와 결을 같이 했다. ‘실용주의’를 외친 이 대표는 추경을 전제로 자신의 대표 정책인 ‘민생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 특별법에 포함된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적용 예외’에 대해서도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유연성을 통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오히려 진영 내 우려를 자극했다. 이 대표의 ‘주 52시간 적용 예외’ 언급에 즉각 노동계는 반발했고, 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우클릭 행보’가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제대로 된 진보의 가치를 앞에 두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있어 실용주의로 접근하는 것은 맞다”며 “그렇지만 실용주의가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당내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를 때림으로써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명계의 견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세지는 ‘개헌 압박’도 이 대표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이는 곧 이 대표에겐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확전될 수 있는 상황에서 비명계가 요구하는 ‘포용력’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단은 민주당이 품을 넓혀야 한다”며 “이 대표께도 포용과 통합을 위해 구체적 실천을 부탁드렸던 것”이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에이스리서치의 조사는 무선 ARS 100% 방식으로 진행, 응답율 4.5%. 리서치뷰 조사는 무선 ARS 100%, 응답율 5.8%. 두 여론조사 모두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