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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휴 기간 동안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대장주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하루 만에 증발한 엔비디아 시가총액 감소분은 단일 기업 기준으로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중국 AI 기업인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저비용 고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이 몰고 온 충격파였다. 하락세는 하루에 그치지 않았고, 이후 엔비디아, 마이크론테크놀러지, 하이닉스는 큰 폭의 하락세를 맞았다. 딥시크 사태가 AI에 대한 과잉투자 우려를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딥시크가 대중국 수출통제 품목인 고사양 H100반도체를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친환경적인 자체 AI반도체 시스템 구축을 가속할 것이라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딥시크 사태를 세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딥시크의 데이터 처리 방식, 딥시크의 고성능, 그리고 오픈소스 정책이 가지는 파급력이다.
데이터 처리 방식은 인공지능의 효율적 데이터 사용과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가 AI 시대로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AI의 데이터 처리방식이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컴퓨팅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적층 HBM 방식이 AI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부수적으로 등장하는 많은 전기 소모와 열 발생 등과 같은 난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데, 인간의 뇌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전기나 열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데이터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단순 데이터 집적 및 학습이 아니라, 데이터를 계층화하고 필터링 하면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SNN, 뉴로모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딥시크의 데이터 처리 방식은 COT(Chain of Thought ·문제를 단계로 구분해 처리), MOE(Mixture of Experts·전문가 활성기법) 등을 적용한 기술인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데이터 처리방식을 일부 개선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COT, MOE 단계의 강화학습 이전에 콜드스타트로 명명된 예비데이터 단계를 거치기에 데이터 처리량이 결국 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 등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즉 데이터 처리 효율성 면에서 특별히 우월하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많은 파라미터 중에서 일부만 활성화해서 효율성을 높였다고 주장하지만, 필터링을 위해 사전에 대규모 데이터 처리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의 전기 소모와 열 발생을 줄이는 획기적인 비용 절감 방식인지 미리 예단하기보다는 아직은 귀추를 지켜보아야 할 단계로 보인다.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딥시크 같은 고성능 AI 모델이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오픈소프 형태로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AI 생태계는 모든 데이터가 집중될수록 효과적인 다다익선의,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강화시키는 구조였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2·3등 기업도 공존할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오직 1등만 승자독식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증시에서도 미국 빅테크 일부 기업만이 시장을 주도하는 일극체체를 고착시키는 동력이었다. 하지만 고성능을 수반한 오픈소스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AI 생태계가 일극주의를 벗어난 경쟁체계를 구축하면서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각종 전문 영역에서 AI 소프트웨어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제공된다면 한국의 많은 AI 기업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딥시크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조금 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우주선점 경쟁을 가속화시켰던 1950년대말 ‘스푸트니크 모멘텀’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폭넓은 AI 생태계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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