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분쟁이 계속되는 가자지구를 미국이 직접 점령하고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국제법 및 기존 중동 정책과는 크게 배치되는 입장으로,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는 다시는 같은 사람들에게 점령되고 재건되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직접 가자지구를 점령(take over)하고 소유(own)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무기를 해체하고, 부지를 평탄하게 만들고,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미국이 직접 개입해 가자지구의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또한 요르단과 이집트 등 인접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이 새로운 터전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가 가진 지중해 연안의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관광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며 “우리가 개발에 성공하면 ‘중동의 리비에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에라’란 프랑스 칸에서 이탈리아 라스페치아까지 이어지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도 이와 같은 고급 리조트와 관광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자지구를 평탄하게 만들고, 위험한 미폭발탄을 제거하며, 파괴된 건물들을 철거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하고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적인 결단”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경험한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이라고 극찬했다.
▽국제사회 및 중동 국가들의 강한 반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 직접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관리하겠다는 계획은 유엔(UN) 헌장과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결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향이며, 그들의 자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점령 선언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유럽연합(EU) 또한 “가자지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이 지역의 평화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요르단과 이집트는 그의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요르단 외무부는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집트 정부 또한 “팔레스타인 난민을 이집트로 강제 이주시킨다는 구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레카트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추방하고, 그들의 땅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장악하려 한다”며 “이는 현대판 식민주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논란… “중동 전쟁 개입 우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가자지구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이는 이라크 철수 이후 미국이 중동에서 보였던 비개입주의 정책과 정반대되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전직 국방장관인 레온 파네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이는 미국을 또다시 중동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도 즉각 반발했다.
척 슈머(민주당·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법과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 롬니(공화당·유타)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며 “미국이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전망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 정세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정책적 방향성을 반영한 것이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중동 국가들의 반발이 거센 만큼, 미국의 가자지구 점령 및 개발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엇갈리고 있어, 향후 의회에서 이 사안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가자지구 개발 구상이 실제로 실현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외교적 레토릭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정세 변화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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