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영일 기자] 헌법재판소(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에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란 말을 들었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홍장원 전 차장의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발언권을 얻은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당일 홍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배경을 설명하며, 홍 전 차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홍장원 주장에 의문 제기한 여인형…박선원에게 넘어간 이후 체포 지시 프레임 씌워졌나?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이)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까 우선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해’라는 취지로 말하였죠?”라는 국회 측 탄핵소추대리인단의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 지시를 직접 받았다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홍장원 전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란 말을 들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체포 명단을 듣고 받아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홍장원 전 차장에 앞서 5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사령관은 홍 전 차장과 통화는 했지만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하면서, 홍 전 차장의 기존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인형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밤 10시 40분경에 ‘지금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홍장원 씨가 언론 인터뷰를 했더라. (계엄 당일)방첩사 요원들의 평균 출동 시간은 그 시간으로부터 2시간 후인 새벽 1시”라고 증언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홍장원 전 차장의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발언권을 얻어, 계엄 당일 홍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홍 전 차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이 ‘(싹 다 잡아들이라는 대통령의 지시는)방첩사를 무조건 지원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였고,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서 무엇을 도울지 물었더니 체포 명단을 불러주며 (국정원에)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이)위치추적이니 이렇게 말하는데,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검거는커녕 위치추적을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과 방첩사가 체포를)협력해서 한다고 하는데, 그런 거를 방첩사령관이 모를 리 없고, 저 자체는 말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사령관과 통화 과정에서 받아적었다는 체포 메모와 관련해서는 “지금 저 메모가, 지금 이 탄핵부터 내란몰이니 모든 프로세스가 아까 정형식 재판관님께서 지적하신 저 메모가 제 판단에는 12월 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박선원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작이 된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4일 계엄 해제하고 집에 있는데, 좀 늦은 시간에 (조태용)국정원장이 전화를 했다. 저한테 ‘홍장원 1차장한테 전화를 혹시 받으셨느냐’고 그래서 ‘모르겠는데? 내가 한 번 이 전화 끊고 한 번 열어보겠습니다’해서 열어보니 전화가 왔는데 제가 못 받은 것이더라. 왜냐하면 저 비화폰은 무음으로 늘 해놓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내가 국정원장에게 다시 전화해서 ‘(홍 전 차장에게)전화가 왔었노라. 왜 그러냐’ 그랬더니, ‘사실은 대통령님께 진작에 말씀을 드렸어야 되는데 사실 좀 오래됐습니다. (홍 전 차장의)어떤 정치적 중립문제라든지, 제가 뭐 자세한 말씀은 이 자리에서 드리긴 뭐하지만, 홍장원 1차장을 좀 해임해야 되겠습니다’그래서 제가 다른 거 다 안 물었다. ‘원장이 그렇게 판단하면, 그렇게 하십시오’(했더니), ‘내일 사표를 받겠습니다’해서 사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아까 (12월)6일 날 다시 일하자 했다는데, 저는 그게 믿기지가 않는 것이 벌써 6일 날 오전에 그때 관저에 있는데, 관저로 1차장 해임과 오호룡 씨(신임 국정원 1차장)에 대한 임명 결재안이 올라와서 제가 그거를 점심시간에 결재를 했다”며 “그 이후에 6일 아침 기사부터 체포 얘기가, 대통령이 뭐 한동훈 (국민의힘)대표를 잡아 넣어라 이런 기사가 6일 아침부터 (언론에)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게 주욱 진행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조태용 국정원장이 홍장원 전 차장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사유로 윤 대통령에게 해임안 등을 올렸고, 윤 대통령이 이를 결재한 후 체포 명단이 국정원 출신인 민주당 박선원 의원에게 흘러 들어가면서 체포 지시 프레임이 씌워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尹 대통령이 직접 밝힌 홍장원과의 첫 번째 통화 내용…국정원장 국내에 있다는 말 하지 않은 홍장원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당일 홍장원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전주에 국정원장으로부터 ‘이번 주에는 미국 출장이 있기 때문에 매주 금요일날하는 대통령 보고가 어렵습니다’라고 얘기 들은 기억이 나서, 제가 화요일(12월 3일) 저녁에 국정원장한테 전화를 했다. 해외에 있는지, 국내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며 “그런데 둘 사이에 약간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오해)’이 있었다. 제가 국정원장한테 ‘아직도 거기시죠?’ 저는 미국에 있는 줄 알고, 그랬더니 국정원장이 ‘아직도 여깁니다’ 이래서 저는 해외에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제가 홍장원 1차장한테 전화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윤 대통령과 조태용 국정원장 간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오해로 윤 대통령은 국정원장이 미국에 출장 가 있을 것으로 판단, 부득이하게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처음엔 (통화 연결이)안 됐고, 두 번째 (홍 전 차장으로부터)전화가 왔다. 그래서 제가 전화를 딱 받으니까 벌써 (홍 전 차장이 저녁)식사 반주를 한 느낌이 딱 들어가지고 ‘원장님 부재중이니까 (국정)원을 잘 챙겨라’하고 얘기하고, ‘이따가 내가 혹시 전화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이 비화폰을 잘 챙기고 있어라’ 이렇게 제가 얘기를 했다”며, 첫 번째 통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홍 전 차장과의 첫 번째 통화 이후 오후)8시 반 무렵에 국무회의를 하려고 이제 여러 국무위원도 오시고,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들어오는데, 안보실장하고 국정원장하고 같이 오는 거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된 겁니까. 미국에 있는 거 아닙니까’했더니, ‘저 내일 출발입니다’ 그래서 제가 국정원장한테 ‘아, 나는 원장님 미국 계신 줄 알고 제가 1차장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고, ‘(1차장에게)원장님 부재중인데 잘 챙기라고 했는데, 원장님 여기(국내) 계십니다라는 말을 안 합디다’ 이렇게 제가 국정원장한테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홍 전 차장과의 첫 번째 통화에서 ‘국정원장 부재중인데 국정원 잘 챙기라’라는 취지로 언급을 했음에도, 홍 전 차장이 국정원장이 국내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리고 국정원장도 나중에 (홍 전 차장과)둘이서 커뮤니케이션을 했을 거라고 추측이 되는데, 제가 만약에 계엄 사무에 대해서 국정원에다 뭘 지시하거나 뭐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한테 제가 직접하지, 차장들, 업무 관련은 2차장이지만, 2차장한테도 안 한다. 원장한테 무조건 기관장한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계엄과 관련해 지시할 일이 있었으면 기관장인 국정원장한테 지시하지 차장급에게 지시하지 않으며, 설사 지시를 한다고 해도 1차장이 아닌 2차장에게 해야 맞다는 취지다.
차관급인 국정원 차장은 3명으로, 제1차장은 해외·대북 분석을, 제2차장은 국내 방첩 업무, 제3차장은 대북공작과 과학·산업·사이버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정원이 방첩사와 협력해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려 했다면 윤 대통령이 해외·대북 분석을 담당하는 1차장이 아닌 2차장에게 지시를 내렸어야 했다는 것.
尹 대통령이 직접 밝힌 홍장원과의 두 번째 통화 내용…“간첩 검거 관련해서 방첩사 도와주라 얘기한 것”
홍장원 전 차장과의 두 번째 통화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제가 홍장원 1차장한테 거의 11시 다 돼 가지고 계엄선포 대국민담화를 하고 올라와서, 국무위원들 남아 있는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돌려보내고 제가 홍장원 차장한테 전화한 거는 계엄 사무가 아니고 이미 관련된 문제는 (조태용)원장하고 얘기를 다 했기 때문에, 제가 전화한 거는 아까 (첫 번째 통화에서)전화를 하겠다고 한 것도 있고, 또 제가 해외 순방 때 국정원의 해외 담당 파트가 여러 가지 경호 정보를 도왔기 때문에 격려 차원에서 기왕 (첫 번째 통화를)한 김에 해야 되겠다 해서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 관련해서 여기(국정원)는 수사권이 없고, 조사권 국가안보조사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래서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국정원에다가 방첩사 도와주라는 얘기는 전임 김규현 원장 때나, 조태용 원장 때나 늘 한다. 왜냐, 방첩사는 예산이 늘 부족하다. 그리고 국정원에는 정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경찰에 줄 거는 경찰에 주고, 또 방첩사에 줄 거는 방첩사에 주면서 예산 지원을 해주라는 얘기를 줄곧 해왔기 때문에, 또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홍 전 차장의 육군)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주라’ 그래서 간첩 수사를 방첩사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계엄 사무와 관계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만약에 (계엄 관련 지시를 내린다)그렇다면은 여인형 사령관한테 ‘내가 조금 전에 1차장하고 통화했으니 뭐 애로사항 있으면 1차장한테 연락을 하라’고 제가 전화를 했어야 되는데, (국방부 장관도 아니고)대통령이 방첩사령관한테 그런 전화를 한다는 거 자체도 굉장히 비상식적인 얘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리고 방첩사령관이 1차장의 사관학교 후배이긴 하지만 엄연한 기관장이고 계엄이 선포되면 방첩사령부가 사실상 국정원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뭐 차장, 더구나 담당 2차장도 아닌 1차장한테 계엄 사무와 관련한 이런 무슨 부탁을 한다는 게, 만약에 (계엄 사무에 대한 부탁을)할 거였으면, 방첩사령관은 국정원장한테 해야된다. 기관장끼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이 선포돼서 여기가 합동수사본부가 되면, 정부도 방첩사가 국정원 우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재판관님께서 이 전체적인 사항을 어떻게 판단하실지는 그건 제가 저거(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전체 상황에 대해서 이해 편의를 위해서 간단하게 말씀 드렸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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