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연사 만들어낸 탄핵 반대 집회
“체포 과정에서 국민 완전히 돌아서”
윤 대통령 지지율 51%에 이르렀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갑자기 자유우파의 스타로 떠올랐다. 원래 공무원 시험 한국사 일타강사로 명성을 날려 온 모양이지만 필자는 몰랐던 사람이다. 그가 지난 1일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엄청난 인파가 운집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부산역 광장 집회의 단상에 올랐다. 이 집회에 앞다투어 몰려든 참가자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하고 그의 연설에 환호했다. 그 유튜브 소식을 통해 전 강사를 처음 알았다.
그는 지난달 25일 여의도 집회에서 처음으로 연설했다. 그때 인기를 얻어 부산까지 갔던 모양이다. 앞으로 전국 주요 지역 집회에 모두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느새 그는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요구 혹은 주장하는 자유우파 및 중도 청중들이 기다리는 연사가 됐다. ‘자고 났더니 유명해져 있었다’라는 격이다. 물론 학원 강사로는 진작 이름을 날렸지만 정치연설가로서는 말 그대로 ‘스타탄생’이었다.
스타 연사 만들어낸 탄핵 반대 집회
그의 연설은 사투리, 투박하고 날카로운 목소리, 세련되지 못한 표현 등의 특징을 갖는다. ‘연설 잘하는 사람’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고정관념으로는 그렇다. 그런데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탄핵 반대 집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선동형 연설을 선보인 덕분이다. 그간 자유우파는 선전·선동 형 연설가를 거의 갖지 못했다.
좌파는 예나 지금이나 선동으로 자유우파를 몰아댔다 「‘자유우파’에 대한 대칭어로는 (자코뱅 형의)‘급진좌파’가 적절할 것 같은데 굳이 자극할 필요를 못 느껴서 그냥 ‘좌파’라고 한다」. 자유우파는 항상 당하면서도 선전·선동 술을 익히기에 게을렀다. 좌파만큼 낯 두껍게, 거칠게, 자극적으로, 진위에 구애됨 없이 내지르자니 상대의 극악스러운 대응에 맞설 자신이 없었던 거다. 그러니 매양 헛기침하면서 물러설 수밖에….
전 강사(그의 표현으로는 ‘전쌤’)는 그냥 내지르는 화법을 구사했다. 아주 쉬운 말로 요점 정리해 주듯 말하는 것은 강사로서의 노하우이겠다.
“궂은날인데도 100만명이 모였습니다. 우리가 옳았습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언론들이 자꾸 ‘극우세력’이라고 하면 ‘그 언론은 극좌빨 언론’이라고 하면 됩니다.”
그는 부산 집회에서 이처럼 명쾌하게 정리했다.
“저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이거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통령의 깊은 계몽령(啓蒙令: 국민을 일깨우기 위한 계엄령)임을 알고 지금은 우리 대통령 살리는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도 이젠 모두 하나 되어 우리의 대통령 탄핵을 기각시키고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같이 힘을 합칩시다.”
어려운 표현이 없다. 그렇지만 설득력 호소력은 어떤 거창한 웅변보다 낫다.
그는 유튜브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억울하다”라고 역설했다. 공수처가 권한도 없이 윤 대통령을 수사하고 체포영장을 관할법원이 아닌 서부지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영장에다 판사가 직접 ‘형사소송법 제110조, 111조 배제’라고 적어 넣은 것은 입법권 침해라는 주장도 폈다.
“체포 과정에서 국민 완전히 돌아서”
“체포 과정에서 국민이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전 세계인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망신주기를 한 겁니다. 이건 아닙니다. (더욱이 민주당의 어느 의원이) ‘총을 맞더라도 (윤 대통령을) 끌어내라’ 하던데 이X들은 절대 정치지도자 아닙니다. 국민을 아끼지 않으면 그 XX들이 무슨 지도자입니까. 나라가 어려워지면 누가 충신인지 간신인지 드러납니다. 윤 대통령은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도, 반대하는 국민도, 경찰도, 경호처도 국민이다. 어떤 한 사람도 다치게 할 수는 없다. 내가 가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윤 대통령 무조건 복귀시켜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좌파 쪽의 엄청난 공격을 각오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의 최전선에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 학원, 수능학원의 일타강사라면 ‘인기’가 전 재산이다. 이점에서는 연예인이나 다를 바 없다. 특히 한국사 분야는 좌파의 아성이다. 이런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적 발언을 꺼린다. 그런데 그는 대중을 상대로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과 좌파 쪽에서는 ‘전쌤’에 대한 비난 조롱의 소리가 높지만, 이는 그만큼 그의 언어에 파괴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전쌤’의 과감한 대중 정치집회 데뷔는 이념 지형의 변화 조짐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2030세대가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이제 우파국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게 됐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중에서도 2030세대의 자기 정체성 선언(말하자면)은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하겠다.
자신들은 극좌적인 언어를 예사로 쓰면서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정당이나 국민들을 ‘극우’로 몰아세우는 재미에 빠졌던 민주당 인사들은 이 이념적 지각변동을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다니! 정부‧여당의 한미 유대 및 동맹체제와 한미일 안보 체제 강화 정책에 그처럼 지속해서 집요하게 딴지를 걸었으면서?
민주당 유력자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양면성을 국민이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인들 그 속셈을 모를까. 언론들이 보도한 관련 기사를, 정말이지 간지러워서 못 읽겠다.
윤 대통령 지지율 51%에 이르렀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한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의 임명을 압박하는 속내도 짐작 못할 사람이 없다. 윤 대통령을 기어이 탄핵시키겠다는 욕구가 그대로 드러난다. 헌재가 정치적인 판결을 한다는 것을 민주당이 입증해 주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나 마찬가지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공공연히 정부를 협박하는 모양새인데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때는 광화문의 촛불‧횃불 집회가 헌재로 하여금 8대0의 파면 결정을 내도록 했지만, 지금은 좌파 집회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고 들린다. ‘전쌤’의 주장으로는 우파 쪽 집회 규모가 10배 20배 더 크다(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우파가 2030의 가세와 적극적인 역할로 더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여겨진다).
여론조사의 결과도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1%에 이르렀다고 한다. 팬앤드마이크가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8%, ‘잘 모르겠다’는 1.1%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탄핵에 성공해도 그 뒤엔 민심의 엄중한 책임추궁에 직면하게 된다는 걸 유념할 일이다.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적 족쇄 풀기에 온갖 재주를 다 부리는 것도 국민은 목격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2심 선고가 가까워지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고 나선 행태는 교활한 잔꾀이자 사법부 우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탄핵보다 이 대표의 확정판결(최소한 2심판결)을 늦추려 안간힘 쓰는 모습들이 눈물겨울 정도다. 같은 날(4일) 황운하·송철호·백원우·박형철에 대한 2심판결이 무죄로 난 것에 고무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다. 남은 셈이 있다면 반드시 치러야 한다. 그게 고금의 경험칙이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아주 성글지만 무엇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의 그 천망이 오늘날의 뜻으로는 바로 민심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민심의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어쩐지 “그대들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라는 말이 들리는 듯해서 해주는 귀띔이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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