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전에 조성된 인천 해안 매립지에는 땅속 생활폐기물과 사업장 일반폐기물이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추홀구 용현·학익동과 연수구 옥련·동춘동, 서구 가좌·석남동, 청라국제도시 등 개발구역에서 폐기물이 잇따라 발견됐다.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이자 토지주인 DCRE는 과거 아파트 터 닦기 공사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소다회 부산물인 폐석회(122만㎡)만 묻힌 줄만 알고 땅을 팠는데, 생활폐기물(13만3830㎥)까지 덩달아 올라왔기 때문이다.
모기업인 동양제철화학(OCI)은 1971년 바닷물이 들어왔던 용현·학익동 공유수면에 길이 2150m 제방을 쌓은 뒤 공장 용지 조성 등을 목적으로 256만5690㎡를 매립했다.
이 과정에서 생활쓰레기가 매립 나대지에 묻혔다. DCRE는 폐석회 처리비용으로 1500억원을, 폐기물 처리비용으로 1000억원을 썼다.
서울 아시안게임(1986년)과 올림픽(1988년)을 앞두고 ‘뻐꾸기시계’로 이름을 알렸던 ㈜한독이 1982년 4월 매립 면허를 얻었다.
연수구 옥련·동춘동 해안 137만638㎡를 매립해 국제 규모 관광위락시설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246억원을 들여 해안에 길이 560m 호안을 쌓았다. 갯벌을 메우는 토사량만 해도 530만㎥에 달했다.
A(85만635㎡), B(27만29㎡), C(24만9974㎡) 등 3개 지구로 나눠 1983년부터 매립 공사에 들어갔다. 봉재산 자락 일부를 허물어 토사를 확보하려 했으나 160만㎥가 모자랐다.
한독은 생활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을 받아 해안 일부를 매립했다. 이후 ㈜부영 소유로 넘어온 이 땅이 중금속과 폐기물로 오염된 이유다.
동화개발㈜은 1964년 ‘개 건너’로 불렸던 가좌동 산 216 일대 갯벌 66만㎡를 메우기 시작했다. 수입 원목과 목재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동화기업㈜은 1970년과 1971년 세 차례에 걸쳐 가좌동 갯벌 267만㎡를 더 매립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였던 대한준설공사도 가좌·석남동 일대를 원목 적치장 조성 목적으로 대규모 매립에 들어갔다. 1977년 가좌동 갯벌 2만5000여㎡를 메운 뒤 1979년에는 석남동 해안 583만㎡를 매립했다.
매립지인 가좌·석남동 공장지역과 그 주변 상업지역은 지금도 지하 주차장이 없다. 굴착기 삽을 들이댔다가는 묻혀 있던 폐기물이 드러나 처리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청라국제도시 개발 사업 시행사인 LH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버려진 생활폐기물로 곤혹을 치렀다. 동아건설 매립지였던 청라국제도시 안 99만㎡ 터에 생활폐기물 306만㎥가 묻힌 것으로 추정됐다. 폐기물 처리비용은 1조40억원으로 추산됐다.
LH는 청라국제도시 내 인천첨단산업단지(HIP) 터에 매립된 폐기물 163만㎥ 중 85만㎥에 대해 ‘현지 안정화’ 공법을 적용했다. 현지 안정화는 폐기물을 파내지 않고 주변에 침출수 차수벽을 쌓고 다지는 공법이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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