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국제적인 작가 3인의 뉴미디어 작품이자 기증 소장품을 소개하기 위한 ‘MMCA 뉴미디어 소장품전-아더랜드’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명 ‘아더랜드’는 다른 공간 혹은 다른 세계를 뜻하는데,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다층적 시공간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들을 보여주면서도 이것과는 구분되는 다른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미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주제로 한 더그 에이트킨, 에이샤-리사 아틸라,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대표 뉴미디어 작품 3점을 소개한다. 작가 3인이 제시하는 각각의 ‘아더랜드’를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아더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획이다.
우선,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건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정물3’이다. 꽃과 과일을 평면적 캔버스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을 유영하듯 영상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참조한 작품은 정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도, 이면에 생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상징하는 ‘바니타스(Vanitas, 공허)’의 교훈을 내포한다.
다만, 네덜란드 정물화의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바니타스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단 정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여성 작가의 정물화에서 주로 영감을 받으며, ‘여성’의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한다.
에이샤-리사 아틸라의 ‘수평-바카수오라’는 가로로 길게 연결된 13m 길이의 대형 스크린에 가문비나무의 초상을 수평적으로 보여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짚어보게 한다.
작품은 화면 좌측 나무 밑동 근처에 서 있는 사람을 배치하며 자연의 압도적 크기에 비해 작고 미약한 존재임을 분명히 묘사한다. 작품명에서도 핀란드어로 ‘수평’을 의미하는 ‘바카수오라’를 포함, 두 대상의 극명한 크기 대비로 인간 중심의 시각을 탈피해 자연을 통해 주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의도다.
더그 에이트킨는 ‘풍경’과 ‘이동’이란 키워드에 집중하며 도시 풍경, 자연 풍경, 디지털 풍경, 심리적 풍경 등 다양한 풍경을 배경 삼는다. ‘수중 파빌리온’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 카탈리나 섬의 해저에 세 개의 파빌리온을 설치하고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매끄러운 거울과 바위처럼 거친 재질의 표면으로 제작된 파빌리온과 그 주변을 오가는 해양 생물, 사람들, 날씨의 변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영상으로 담아 해양 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한다.
대형 스크린과 특별 제작한 전시 공간을 통해 현실과 가상 공간 사이 자연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원형전시실에서 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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