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반도체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근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돌풍을 일으키며 우리 AI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도래하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예외’ 조항에 대해 야당이 전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반도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는 사안”이라며 “반드시 2월 중 반도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속한 민생 추경과 함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정협의회 실무협의를 갖고 다음 주 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대표가 함께하는 ‘4자 국정협의회’를 열기로도 했다. 반도체 특별법도 이날 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그간 여야를 막론하고 관심을 가져왔던 사안이다. 이날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발의된 반도체 경쟁력 강화 관련 법안은 총 9건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및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말 여야가 민생협의회를 출범하며 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만큼, 신속한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정작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관련 산업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예외’를 포함하자는 여당의 제안을 야당이 탐탁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 ‘근로시간 적용 예외’ 유연해진 민주당
일정 소득 이상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적용을 예외로 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은 그간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찬성의 근거가 됐다. 다만 근로자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고 다른 산업 영역으로 확대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지는 모양새다. 고관세 정책을 공언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중국발 ‘딥시크 쇼크’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당장 ‘근로시간 적용 예외’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내에서 유연한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주 52시간제에 저는 처음부터 탄력적 적용을 주장했다”며 “과거에 어떠했건 혁신은 현재를 고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도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서 “월 천만 원 이상 되는 고도의 전문직 연구자들에 대해서만,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저도 많이 공감한다”고 했다.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당시 이 대표가 앞서고 당이 따라왔던 전례가 있다는 점은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물론 민주당이 아직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근로시간 적용 예외는) 양측의 이견을 절충하기가 쉽지 않은 뜨거운 과제”라며 “뜨거운 쟁점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되,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반도체 특별법을 2월 안에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를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정치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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