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명품 프리 오더(선주문) 플랫폼 ‘디코드’가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문을 닫은 캐치패션과 한스타일을 포함해 1년 새 명품 플랫폼 4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특수로 몸집을 키운 명품 전문 플랫폼이 적자가 누적되고 자금 시장이 얼어붙자, 사업 중단 수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코드는 지난달 16일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했다. 사측은 “사이트 리뉴얼(재단장)로 인해 잠정 중단한다”면서 “서버 이전 및 서비스 전반에 걸친 리뉴얼이 진행될 예정으로 정확한 리뉴얼 오픈 일자는 공지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디코드 운영사인 엔코드가 운영 중인 또 다른 패션 플랫폼 ‘나우인파리’도 이날 같은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2015년 출범한 디코드는 명품을 특정 기간 선주문받아, 해당 주문 건을 생산해 배송하는 형식으로 운영해 왔다. 배송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상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20%가량 저렴하다는 점을 앞세워 2022년 매출이 220억대까지 커졌다. 그러나 명품 시장이 위축되고 추가 투자 유치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이듬해 매출이 184억원대로 줄었고,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웰니스(Wellness·건강) 관련 사업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글로벌이 2020년 출범한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도 지난해 12월 26일 자로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했다. 럭셔리 갤러리는 이랜드가 오프라인에서 운영해 온 명품 직매입 매장을 온라인으로 확대한 것으로, 출범 당시 3년 내 매출 5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었다.
실제 출범 이듬해인 2021년 이랜드글로벌의 글로벌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한 13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명품 수요가 줄면서 사업 중단 수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관계자는 “명품을 병행수입 해 판매하던 럭셔리 갤러리를 해외 유명 이월상품을 판매하던 NC픽스에 통합하기 위해 온라인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라며 “오프 프라이스 매장인 NC픽스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NC픽스는 이랜드가 NC천호점과 강서점에서 운영 중인 오프 프라이스 매장으로, 명품과 유명 브랜드 등 200여 개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직매입해 시중가 대비 30~90% 싸게 판매한다.
앞서 명품 플랫폼인 캐치패션과 한스타일도 지난해 3월과 8월 각각 사이트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명품 플랫폼의 잇단 운영 중단은 시장 부진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가 3630억유로(약 538조원)로, 전년 대비 2%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명품 시장 규모가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코로나19 봉쇄 기간을 제외하고 15년 만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일본의 지속적인 강세와 미국의 점진적 개선 추세와 함께 중국의 빠른 둔화와 한국의 어려운 상황(challenging conditions)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명품 판매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SSG닷컴, 롯데온 등 백화점을 계열사로 둔 이커머스 플랫폼을 비롯해 쿠팡, 컬리 등 종합 플랫폼도 고객 접점 확대와 서비스 차별화 등을 이유로 명품 판매를 강화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플랫폼 3대장으로 불리는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도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국내 명품 플랫폼 7곳(오케이몰, 발란, 트렌비, 커스트잇, 디코드, 필웨이, 리앤한)의 카드 결제 금액은 2022년부터 작년 8월까지 59% 감소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미지급 사태 이후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 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발란의 경우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 일본 조조타운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유치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추가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업계는 중고 명품 사업을 키우거나, 뷰티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일부 플랫폼의 가품 논란 등으로 백화점이나 백화점 몰을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른 플랫폼도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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