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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PD 5주기 “또 다른 재학이가 나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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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 5주기 제사상에 올려진 그의 추모사진. 사진=김예리 기자
▲4일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 5주기 제사상에 올려진 그의 추모사진. 사진=김예리 기자

“이재학 PD 4주기 이후 지난 1년도 열심히 투쟁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청주에 오면서 유족, 그리고 엔딩크레딧 관계자들과 또 다른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까. 이 PD는 생전 ‘판례를 만들어 다른 방송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는데 고인의 꿈이 얼마나 실현됐는가를 묻게 된다.”(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

CJB청주방송에서 ‘무늬만 프리랜서’로 십수 년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뒤 회사 상대로 싸우다 세상을 떠난 고 이재학 청주방송 PD의 5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4일 이 PD가 봉안된 충북 청주시 목련공원에서 이재학 PD의 유족과 동료, 미디어노동 활동가들이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과 동료들은 이 PD의 사진 앞에 차례로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제사상에 이 PD가 마시던 소주가 놓였다. 유족들은 그가 피우던 담배에도 불을 피워 화롯불 위에 놓아두었다.

이재학 PD의 부모와 동생 이대로 씨, 누나 이슬기 씨와 그의 매형 등 유족들은 청주방송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과 그를 찾았다. 이 PD의 생전 부당해고 소송과 사망 이후 유족 법률대리를 했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의 활동가 등이 자리했다.

▲고 이재학 PD 유족들은 그의 추모사진 앞 향로에 불을 피운 담배를 놓아두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 이재학 PD 유족들은 그의 추모사진 앞 향로에 불을 피운 담배를 놓아두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 이재학 PD가 봉안된 납골함. 사진=김예리 기자
▲고 이재학 PD가 봉안된 납골함. 사진=김예리 기자
▲이재학 PD와 유족을 법률대리한 이용우 의원이 이 PD가 봉안된 납골함 앞에 그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재학 PD와 유족을 법률대리한 이용우 의원이 이 PD가 봉안된 납골함 앞에 그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 이재학 PD의 동생이자 엔딩크레딧 대표인 이대로씨는 “5년 전 그날도 눈이 왔다. 우리 가족은 모두 눈을 싫어하는데, 오늘도 눈이 왔다”며 “제가 느끼지 못했던 것과 몰랐던 것들을 형은 5년 전에 이미 몸소 느끼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 지난 5년을 지내며 ‘이제는 형이 알았던 것을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알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가면 갈수록 하면 ‘더 있네’라고 생각한다. 형이 과거 사회구조에 대해 가졌던 비판의식이 느껴지는 말과 행동들을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학 PD의 어머니는 아들이 봉안된 납골함에 놓인 사진을 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이 PD의 누나 등 유족들은 “거기서도 (재학이가) 좋은 일 하고 있는 거야”, “어디에 있어도 잘 지내”라고 말하며 이 PD 어머니의 등과 손을 쓰다듬었다.

이 PD의 친구이자 그가 부당해고 소송을 할 당시 MD로, 함께 불법파견 소송을 하고 최종 승소한 정현우씨(현 TD·기술직군)는 “재학이가 잊혀져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 PD가 떠난 방송 현장엔 일하고도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차별을 겪는 현실이 여전히 남아있다. 정씨는 “재학이는 프리랜서로 일하다 부당해고와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싸웠다. 재학이가 그렇게 되고 나서 정규직 전환 절차가 있었다지만, 그 안에서 방송직(4급 테이블)을 제외한 근로자(5급 테이블)는 전혀 다른 급여 체계를 적용받아 계급 차이와 차별이 생긴다”고 전했다.

정씨는 이어 “방송직이 아닌 근로는 최저임금으로 시작해 승호 차이도 방송직과 두 배 정도 난다”이며 “이를 개선하겠다며 사내에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고 있는데, 정작 같은 싸움을 했던 재학이의 일은 잊혀지고 있다. 지금 싸우는 이들이 혼자 투쟁하지 않고 외부 도움을 적극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또 다른 재학이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료이자 촬영감독 김재기씨는 “오늘뿐 아니라 평소에 워낙 재학이 생각을 많이 한다. 주로 옛날에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을 때를 떠올린다”며 “영화 ‘코코’에선 죽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나오는데, (재학이도) 그렇게 있겠지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5주기에도 방송 현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노동자로 권리를 빼앗긴 ‘또다른 이재학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은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고 오요안나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죽음이 이 PD가 겪은 일과 겹친다고 말했다.

이대로씨는 “(고 오요안나 캐스터 님의 사망 사건을 보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방송노동 환경이 변했다고들 말하지만,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구나. 그래서 또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라고 했다.

엔딩크레딧에의 김유경 노무사는 “지난해 우리가 열었던 4주기 추모제의 이름은 ‘기억 그리고 투쟁’이었다. 고인의 죽음을 기억하고, 그 자리에 전국에서 싸우는 프리랜서들이 모여 열심히 싸우기로 다짐했다”고 했다. 이어 고 오요안나 MBC 캐스터의 죽음을 일러 “오늘 청주에 오며 또 다른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며 “왜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까를 묻게 된다”고 했다.

이용우 의원은 “김동우(가명) 아나운서,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등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 이는 어느 방송사든 다르지 않다”며 “방송사가 어딘지, 고용형태가 어떤지 등에 관계 없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에 진정성을 갖고, 천착하는 대응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방송사와 싸우고 계신 분들이 많다. 춘천MBC PD와 광주MBC의 아나운서와 간접고용 노동자들, KBS청주 방송작가까지 부당해고당해 구제신청을 진행하거나 소송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려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재학 PD가 떠난 뒤 방송 현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제2, 제3의 이재학들이 아직도 많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이재학 PD를 기억하고 방송 현장을 바꾸기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2004년 청주방송에 입사해 14년 넘게 일한 고 이재학 PD는 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한 무늬만 프리랜서였다. 그는 2018년 4월 동료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기획제작국 회의에서 처음 요구했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했다. 이 PD는 그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소송을 제기했으나 2년4개월 만의 판결에서 패소했고, 2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며 “눈 뜨는 게 힘들고 괴롭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라고 썼다.

이 PD의 죽음으로 방송 비정규직 문제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방송 비정규직 철폐 운동이 이어졌다. 노동계 등 56개 단체가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유족과 대책위, 언론노조, 청주방송 4자가 합의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서 “이재학 PD의 사망은 청주방송의 일방적인 해고와 소송 방해 행위가 작용한 결과”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후 청주방송이 강제조정 합의를 뒤집었고, 이 PD 측은 2심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 받았다. 이 PD가 패소했던 1심 과정에서 고인의 노동자성을 부인한 당시 청주방송 기획제작국장은 위증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불복해 항소심 기일을 앞두고 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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