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내 난민신청 건수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만8000건을 돌파하면서 난민제도 시행 이후 30여년 동안 12만건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1~2% 수준에 그치며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 3월 난민제도 시행 이후 누적 난민신청 건수는 12만2095건으로 파악됐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약 18년 간 난민신청자는 5069건에 불과했으나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2013년 1574건에서 2023년 1만8837건로 약 12배 급증했다. 2015년(5711건) 5000건을 넘겼으며 2018년에는 1만6173건으로 크게 늘었다.
난민신청 건수는 국경이 봉쇄된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2년간 1만건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 접수된 난민신청 건수는 1만8336건이다. 이는 전년(1만8837건)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1000~2000명 수준이던 러시아 국적 난민신청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3년(5750명)과 지난해(4546명)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난민신청 사유는 ‘정치적 의견’이 2만4513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종교(2만3480건), 특정사회 구성원(1만757건), 인종(5541건), 가족결합(5210건), 국적(1162건)이었다.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많이 한 상위 5개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파키스탄, 인도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상위 5개국의 난민신청 건수는 5만8419건으로 전체 신청의 약 48%를 기록했다.
하지만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실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105건으로 난민인정률은 1.6%에 불과했다. 1994년 이후 누적 인정률도 2.7%(1544건)에 그쳤다. 2023년 기준 유럽연합(EU)의 평균 난민 수용 비율이 43%이며 전 세계 190개국의 2000년~2017년 난민인정률 평균이 30%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1차 난민 심사에서 불인정 결과를 받을 경우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이후 재심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 조사 결과, 전체 난민신청 12만2095건 중 약 9.4%에 해당하는 1만1409건이 난민불인정 결정(행정소송 포함)을 받고도 출국하지 않고 난민 재신청을 진행했다. 6번 이상 난민 재신청을 한 사람도 6명이나 됐다.
난민신청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난민신청 12만2095건 가운데 심사결정 6만5227건, 자진철회 1만216건, 3회 불출석으로 인한 직권종료 1만8948건 등 9만4391건을 종결처리했다. 2만7704건은 심사 대기 상태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방 출입국관서에서 심사 결정한 6만5227건 중 4만8563건(74.5%)이 이의신청을 했다. 난민신청자 중 이의신청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은 최근 5년 평균 약 82%에 달했다. 전체 행정소송의 18%, 행정사건 상고심 중에서는 34%가 난민소송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심사 소요기간은 1차 심사 14개월, 이의신청 심사 17.9개월, 행정소송 22.4개월로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평균 4년 이상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주요 난민 발생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난민인정률은 지리적 접근성, 역사적·문화적 유사성 등 복합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므로,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난민인정률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난민 발생 상위 5개국은 아프가니스탄·시리아·베네수엘라·우크라이나·남수단 등으로 분쟁을 지속하는 국가들이다.
법무부는 “미얀마, 부룬디,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이란 등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국가 국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난민 인정을 하고 있다”며 “그리고 난민심사에서 난민불인정 처분을 받았더라도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그 밖의 상황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당할 수 있는 사람 2696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통해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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