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해체됐던 기획재정부의 재정 집행 관리 주무부서가 다시 정규 조직으로 편성된다. 계엄 사태 이후 경제 불안정성이 확대된 가운데 민생경제 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재정 신속 집행’을 지원하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 조직 편성 권한이 있는 행정안전부는 최근 기재부의 재정지출관리과를 정규 조직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재정지출관리과는 훈령 ‘자율기구 재정지출관리과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으로 만들어진 자율기구로 재정사업 집행·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이달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다.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에 따르면 자율기구는 임시 정원을 활용해 설치·운영하는 과장급 조직이다. 원칙상 최대 1년간(6개월+6개월) 한시로 운영된다.
재정지출관리과의 전신은 2017년 신설된 ‘재정집행관리과’였다. 재정집행관리과는 주요 재정사업 집행 점검, 부처 간 재정 집행 정책 조정, 재정 집행 애로 요인 해소 등 업무를 총괄해 온 정규 조직이었으나 2022년 3월 해체됐다. 행안부가 재정 집행 관리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두는 것보다 다른 과 업무에 편입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기재부는 곧바로 재정 집행 관리 업무를 계속 수행할 자율기구 형식의 비상대응반을 꾸렸다. 이후 매년 2월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한시적 기구로 이름만 바꾼 채 조직이 존속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행안부가 입장을 바꿨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재정 집행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0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계엄사태 전인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0.2~0.3%포인트(p) 낮춰잡은 상태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올해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인한 대외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신속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 신속집행이란 정부가 애초 계획된 일정보다 앞당겨 예산을 집행하는 것으로 민생경제 안정화·재정 운용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4% 시중금리로 대출을 받은 기업이 2% 금리의 정책금융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지면 그만큼 기업의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정부는 연간 재정 집행 계획 총 562조5000억원 중 상반기에 358조원을 신속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했다. 전년 대비 6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으로 중앙 재정 67%(170조2000억원), 지방재정 60.5%(170조9000억원), 지방교육재정 65%(65조원)로 설정했다.
행안부는 조만간 직제 개편을 위한 행정 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한 시기적 필요성이 인정돼, 재정지출관리과를 정규 조직화하게 됐다”며 “이달 중 기재부 직제 대통령령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했던 자율기구 ‘국제투자협력단’의 정규 조직화는 전면 백지화됐다. 협력단은 2023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유치한 아랍에미리트(UAE) 300억달러 국내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치된 조직이었으나, 지난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으로 외자 유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역할 확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재정 집행 관리보다는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협력단의 정규 조직화를 원점 재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외자 유치·UAE 투자 지원 등 협력단의 업무를 정규 부서인 금융협력과가 맡도록 하고, 새로운 자율기구인 ‘국제협력대사지원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내에 자율기구 훈령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원단은 최종구 국제투자협력대사와 최중경 국제금융협력대사의 경제 외교를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인베스트코리아 등으로부터 지원 인력을 받고, 5명 내외 규모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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