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들이 불황 속에서 새 활로를 찾기 위해 식료품 특화 매장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최근 잇따라 연중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선보이며 실적 반등을 노리는 중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푸드마켓 2호점을 개장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에 첫 식료품 특화 매장인 푸드마켓 1호점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매장 전체 면적 약 1200평 가운데 신선·가공식품 면적이 4분의 3(856평)에 달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말한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HDS는 취급 품목 수를 줄이고, 대량 구매로 원가를 절감하는 매장이다. 운영 비용도 최소화해 기존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알디(Aldi)와 리들(Lidl)이 대표적인 HDS다. 이들은 식료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푸드마켓 공급 상품은 자사 물류센터를 통한 직매입 비중을 80% 이상으로 늘렸다”며 “일반 식품 매장보다 15~2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푸드마켓 수성점은 개점 이후 3개월간 인근 점포보다 소비자 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는 1호점 성공에 힘입어 푸드마켓 2호점 고덕점을 배후에 10만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둔 요충지에 내기로 했다. 이 매장 역시 연중 식료품을 싸게 공급하는 ‘그로서리 할인 매장’을 표방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서울 은평구에 식료품 전문 점포 브랜드 ‘그랑그로서리’ 1호점을 선보였다.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 도곡점을 그랑그로서리로 전환했다.
그랑그로서리는 자체 개발한 저가 PB(자체 브랜드) 비중을 높여 상품 가격을 낮췄다. 전체 상품 가운데 PB 비중이 30% 이상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식품 폐기율을 낮췄다.
롯데마트는 6년 만에 새로 출점한 천호점 역시 식료품 코너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상반기 중 경기도 구리점도 식료품 전문 점포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앞서 2022년부터 ‘메가 푸드 마켓’ 콘셉트를 도입하며 식료품 강화에 앞장섰다. 홈플러스는 전국 주요 산지와 관계를 강화해 산지 완결형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현재 직거래 계약을 맺은 거래처는 300여 곳에 달한다. 이곳에서 포장까지 마친 상품을 매장에 바로 공급해 유통 과정을 최소 1단계 이상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일부 대형마트들은 식자재 도매 사업 노하우도 그로서리 매장 운영에 접목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의 도매 사업 경험을, 롯데마트는 롯데GFR(구 롯데백화점 식품사업부)의 전문성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였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에서도 식료품은 필수재 성격이 강해 수요가 꾸준하다. 세계적인 대형마트들 역시 인플레이션 시기에 맞춰 식료품 부문 가격 경쟁력 확보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지난해 9월 전체 매장 65%를 식료품 면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그룹도 변화에 동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온은 2023년 4월부터 수도권 지역 10개 대형마트 식료품 매장 면적을 평균 20% 확대했다. 특히 신선식품과 즉석식품 코너를 대폭 늘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작년 국내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대형마트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특히 가전, 의류·잡화, 생활용품 등 비식품 매출은 7.9% 감소했다. 반면 식품 매출은 2.3% 증가했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직전까지 대형마트들은 유동 인구를 공략하기 위해 대형 쇼핑몰에 입점하는 전략을 폈다”며 “쇼핑몰은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넣어야 하지만, HDS는 중소형 점포를 리뉴얼할 수 있어 여러 곳에 출점하기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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