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아메리카노 가격을 4500원에서 4700원으로 200원 인상했다. 4.4% 상승이다. 지난해부터 스타벅스를 비롯한 일부 커피 브랜드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유로 커피 원두 가격의 급등을 들었다.
2024년 전 세계 원두의 평균 가격이 60~70% 이상 올랐으며,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브라질과 베트남의 ‘이상 기후’가 원두 생산량을 급감시킨 게 주요 원인이다. 타당한 이유이고, 고작 200원이라니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사 먹을 게 없는 고물가 시대에 “이게 맞나.”
따져 볼 건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제품과 상품 생산자인 기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러다 원가상승·인플레이션·환율 등 모든 문제를 소비자가 떠안을 판이다.
스타벅스를 운영하고 있는 에스씨케이컴퍼니 2023년 매출액은 약 2조9000억원이고, 영업이익 1397억원과 당기순이익 1175억 원을 기록해 전년도에 비해 13%의 매출신장과 당기순이익 4%를 기록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수 전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소위 잘나가는 편이다.
커피 가격 인상과 매우 유사한 사례가 있다. 바로 치킨이다. ‘서민의 가성비 배달 음식’, ‘치맥은 못 참지’ 등 우리나라만큼 치킨 외식 문화가 발달한 곳이 드물다. 그만큼 브랜드와 치킨 프렌차이즈 기업도 많은데 2020~2022년 사이 주요 치킨 3사(BHC·BBQ·교촌치킨)가 원재료 비용 상승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약 3000원 올렸다.
1만원 안팎이면 사먹던 치킨이 이제는 2~3만원에 이르자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3사의 손익계산서 매출원가율(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을 따져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업마다 원가 산출 방식의 차이가 있겠지만 2022년도 원가 상승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해 판매관리비 등 다른 비용 절감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확보했다. 가격 상승만큼 ‘딱 그만큼’ 매출액이 상승하거나, 반대로 교촌치킨은 매출액이 하락했다. 가격 상승 이듬해 치킨 3사의 매출원가율은 모두 하락했다.
다시 커피로 돌아가자. 2023~2024년 사이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전체 비용 증가는 13%에 불과하다. ‘주석’ 비용의 성격별 분류 정보로 확인해 보면 원재료는 6% 증가했다. 엇비슷한 비중의 인건비, 임차료, 지급수수료 등 관리비 상승이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이다. 스타벅스 2023년 매출액 2조9000원을 기준으로 매출원가율은 49.1%로 전년도 대비 단 0.2% 증가에 그쳤다.
블루보틀(블루보틀커피코리아)과 커피빈(커피빈코리아) 손익계산서에서도 비슷한 원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블루보틀의 매출원가 중 원두가 포함된 제품매출원가는 전체 매출액 대비 12~13% 수준이며, 커피빈코리아의 제품매출원가는 32%에 불과하다. 즉, 커피 한 잔을 만들어 파는 데 드는 재료비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가격의 30% 이하고 이 중에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작다.
그렇다면 가격 인상의 주된 요인이 원두가 아니라 원두를 포함한 인건비, 임차료, 마케팅 비용 증가에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커피 한 잔에 원두 비용은 400~500원에 불과하다.
원가 상승을 명분으로 한 가격 인상의 문제는 가격 상승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 외에도 ‘의문의 1패’를 당하는 소규모 동종업계 사업자가 생긴다는 데 있다. 대기업 커피점이나 치킨 프랜차이즈 등 브랜드 파워가 높은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통해 손쉽게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 반면 소규모 카페 자영업자들은 고객 이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이윤이 목적인 기업에게 ‘너희가 손해를 더 봐’라고 강요할 순 없다. 가격 결정은 생산자가 하고, 이에 대한 구매 결정은 소비자가 하니 비싼 곳을 외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원가 상승을 극복하는 노력을 부탁해 본다.
보통 제조업 기업들은 물가 상승기에 다음과 같은 전략을 통해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원자재 구매에 장기 계약을 통한 가격 변동성 완화, 거래처를 다변화 등 원재료 공급망의 최적화 구축 등 시도해볼 방법이 없지 않다. 그리고 소비자의 깐깐함도 필요하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만, 소비자들은 반드시 그 배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재무제표 손익계산서와 주석을 확인하면 원가 상승분이 얼마나 실제 가격에 반영되었는지, 기업의 비용 구조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감시자가 되어 기업의 가격 정책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가가 하락한다고 가격을 내리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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