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비 시비로 허위 성범죄 진술한 여성
경찰 신고는 상대가 했지만 무고죄 인정
대법 “자발적 허위 진술도 신고로 본다”
“네가 나 만졌잖아.” 한마디 거짓말이 징역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1일 대법원은 누군가를 음해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면, 직접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거짓말의 시작과 끝
사건은 2022년 7월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SNS를 통해 알게 된 A씨와 B씨는 술자리를 가진 후 강남의 한 모텔로 향했다.
그러나 모텔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B씨가 모텔비를 내라고 하자 A씨는 격분했다. 화가 난 A씨는 B씨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유사강간으로 신고하겠다”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이에 B씨는 먼저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A씨는 자신이 유사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며칠 뒤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도 같은 허위 진술을 반복했다.
신고자가 누구든 처벌은 동일하다
이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B씨가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해 무고했다”며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상대방이 신고한 경우를 당사자가 직접 신고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무고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시종일관 B씨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관련 증거를 제출하거나 경찰이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않았다며 항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지속했다”고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자발적 허위 진술도 ‘신고’로 인정
대법원은 “A씨의 경찰 출동 당시 최초 진술과 이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단순히 수사기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자진해서 타인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한 신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자발적으로 타인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해야 하는데, 대법원은 A씨가 출동 경찰관에게 한 진술이 이러한 자발적 ‘신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직접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상대방이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허위 성범죄 신고를 막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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