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의 결과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개인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19년째(2016, 2017년 제외)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하루 평균 38.3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남양주시의 자살률은 27.2명으로 전국 평균 수준이었다.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신과적 문제가 35%로 가장 많았다.
이에 민선 8기 남양주시는 ‘따뜻한 시민과 함께하는 생명 존중 안심 도시’를 목표로 일상에서의 마음 돌봄을 강화하고, 지역 중심 통합적 자살 예방시스템 구축을 통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 최초 ‘남양주시 청년마음건강센터’ 개소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면서도 가장 불안한 시기를 보내는 것이 청년기다. 청년들은 극심한 취업난, 연애, 결혼 등 다양한 원인으로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순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며 20대가 70대에 이어 연령대별 우울증 비율이 두 번째로 많고, 전체 정신과 진료 중 20~30대 환자의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만성 정신질환의 75%는 25세 이전에 발병·악화하는데, 이는 조기 발견 및 개입으로 회복할 수 있다.
이에 시는 지역사회 내 청년들의 정신질환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고자 지난 2022년 12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최초로 ‘남양주시 청년마음건강센터’를 개소했다.
청년마음건강센터는 청년층의 정신질환 만성화를 예방하고 정신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남양주 시민 15~3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센터는 고민과 비밀을 안심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실부터 문화예술 및 인지행동 치료 등 각종 활동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실, 라운지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문화예술 프로그램 ‘2024 마음 치유, 봄처럼’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년들로부터 호응받았으며, 향후 센터와 관내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다채로운 마음 챙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청년이 행복한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사회 전반의 미래를 밝히는 출발점이라며 정신건강뿐 아니라 다방면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살률 감소와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국 최초 ‘스마트 헬프라인 시스템’ 구축⋯생명 존중 안심마을 남양주
남양주시가 생명 존중 안심마을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 주도 및 시민참여를 활용한 지역 중심 자살 예방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생명 존중 안심마을은 읍·면·동 단위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 활용해 자살 예방 안전망을 구축하는 통합적 지원사업이다.
시는 지난해 6개 읍면동을 지정해 ▲고위험군 발굴·개입·연계 ▲자살 예방 인식개선 캠페인 ▲생명지킴이 교육 ▲자살 고위험군 맞춤형 서비스 지원 ▲자살위험 수단 차단 등 5개 분야의 생명 존중 안심마을을 운영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77개 기관(단체)의 참여를 끌어냈다.
이와 함께 시는 전국 최초로 지역사회에서의 자살 예방을 위한 ‘스마트 헬프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헬프라인’은 지역사회의 주요 거점시설(마을회관, 병원, 약국 등)에 스마트 주소정보시설 기반 생명 존중 안심마을 현판을 부착하고, 현판의 큐알(QR) 코드를 스캔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시민들은 가족, 이웃 등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 신호를 빠르게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생명지킴이 교육과 정신건강 자가검진 및 비대면 상담 서비스, 읍면동 주민센터의 복지정책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시는 생명 존중 안심마을을 기존 6개에서 8개로 확대 조성한다. 또한, 경찰서, 소방서와 유기적인 협력으로 자살 원인분석을 위한 데이터 구축 방안을 마련하는 등 자살 예방 네트워크 확충에 힘쓸 계획이다.
찾아가는 마음 돌봄·스마트 경로당 운영⋯노인 자살 예방사업 강화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3000명 이상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러한 현상은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축소, 배우자 사망 등 노년기에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삶의 변화와 문제들이 우울, 외로움, 고립감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는 노년기 우울·고립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마음 돌봄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시는 경로당 및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전문가와 함께 어르신 대상 노인 우울증 사전·사후 선별검사, 우울 예방 교육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우울증을 인지하지 못했던 어르신을 발견, 전문기관에 연계함으로써 어르신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시는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2025년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사업’에 선정돼 국비 9억 8000만원을 확보했다. 올 하반기 관내 30개 경로당에 스마트 경로당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는 스마트 경로당의 원격화상·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통해 어르신들의 의료복지 접근성을 향상하고, 사회적 고립감 해소, 우울증 예방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노인 정신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시는 청년과 어르신들을 위한 세대별 맞춤형 마음 건강 서비스를 지속 제공해 일상 속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협력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신건강 정책을 더욱 확대하고 생명 존중 문화를 조성해 누구나 안심하며 살 수 있는 남양주를 만들겠다”고 했다.
/남양주=박현기 기자 jcnews8090@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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