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과 소장품의 복제품, 그리고 이차적 저작물의 공존. 원본과 복제는 서로의 가치를 높이고, 대체를 시도하고, 혹은 새로운 원본의 매개가 되는 복합한 관계 속에서 함께 한다.
그 사이에서 촉발되는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질문은 다양한 감상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이 2024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의 2부 전시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전시는 같은 해 10월까지 진행된 1부 전시에 이어, 일부 작품과 작품별 복제물 등을 추가 및 교체해 2부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원본과 복제와의 관계성과 이를 매개로 한 작품들을 고찰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진이 여러 논란을 거쳐 현재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아 온 것처럼, 3D프린터와 생성형 AI로 제작된 예술작품 등의 바라보며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진전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2m 크기의 황토색 여인상이 눈에 띈다. 한애규(b.1953-)작가의 테라코타 작업 ‘지모신'(1993)을 이미지화한 복제 조형물이다. 조형물은 작품을 인식하는 전체적인 모양새와 황토색으로만 만들어져 있다.
전시는 자연스럽게 조형물과 함께 설치된 거울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원본 작품을 만날 수 있게 구성됐다. 원본 작품에서는 조형물보다 크기는 작지만 위엄있는 자세, 표면의 질감, 물성 등 이미지와 촬영 대상으로만 삼았던 조형물엔 없는 작품의 의미와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수원의 과거와 현재를 한 사진에 다룬 안성석(b.1985-)작가의 ‘역사적 현재 002’, ‘역사적 현재 004’>(2010) 앞 모니터에는 같은 피사체를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과거와 현대의 자료사진이 재생된다. 같은 사진과 유사한 맥락으로 구성된 결과물들이 어느 지점에서 예술과 자료로 구분될 수 있는지 관람객에게 질문하는 작품이다.
심영철(b.1957-)의 ‘빗의 단계적 표상'(1983)은 대형 빗 두 개로 구성됐다. 빗에 담긴 여인의 정조 개념에 대한 작품이다. 사물이 의미를 담는 현상에 집중한 나무 조각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3D프린터로 재제작된 복사본들과 함께 놓였다.
1:4 비율로 제작된 복사본들은 나무를 직접 갈고 채색해 제작된 원본과는 다르게 기술적으로 완벽한 대칭과 균등한 간격을 보여주는 복사본이다. 전시는 두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형성된 차이점에서 원본과 복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풍부한 전시 구성을 통해 1부 전시를 관람하거나 관람하지 않은 분들 모두 원본과 복제 간의 관계, 경계, 원본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 4전시실에서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된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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