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구속기소로 조기대선이 예상되면서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 행보를 두고 본인의 희생적 결단이 없는 중도노선은 공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3일자 ‘정용관 칼럼’ 「이재명은 무엇을 걸 것인가」에서 답답한 정국을 두고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지만 본질적으론 ‘넥스트 비전’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봤다. 많은 이들이 난세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가 어떤 덕목과 경륜을 갖춰야 할지 등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정 실장은 유력한 대선주자이면서도 탄핵 찬성과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가능성과 한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목했다. 최근 이 대표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면서 ‘탈이념 실용주의’와 ‘성장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정 실장은 “확실히 달라진 중도(中道) 행보이며, 유력 대선주자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걸 나무랄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그런 탈(脫)이재명 전략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문제는 이 대표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자신이 대통령 되는 데 유리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은 평상시와 달리 현직 대통령이 반헌법적 계엄과 내란 혐의로 감방에 갇혀 있는 ‘역사적 순간’이라는 점을 들어 정 실장은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는 거대 야당 대표로서의 ‘책임 윤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인데도 오직 대권에만 관심이 가 있는 것처럼 비치면 뭘 해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소수야당이 아닌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자 잠재적 집권당이 다양성 확보는커녕 ‘이재명으로의 정권교체’만 부르짖고 대선에 걸림돌이 될 만한 변수는 모조리 제거하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지지율 정체 혹은 하락은 이재명 악마화 탓, 거짓 선동의 탓, 검찰 정권의 범죄자 프레임 탓으로 돌린다”며 “무슨 민주파출소를 만들고 여론조사검증특위를 만들고 은행장들 집합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에 이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두고 “허위사실 유포 문제로 유력한 대선주자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법은 법이다. 요리조리 피할 방법만 궁리하지 말고 당당할 수는 없나”라고 반문했다.
정 실장은 차기 대선이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싸움으로 치러질 공산이 큰데, 그렇다면 현재의 이재명이 과거의 이재명과 싸워서 미래의 이재명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내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이를 위해선 자신에겐 불리할 수 있지만 난국 수습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과감히 결단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며 “자신의 사법 문제를 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제시했다. 정 실장은 “무엇보다 ‘희생적 자세’ 없는 대선용 중도노선 외침이 얼마나 공허한가”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가 ‘리더의 무게’ 저울에 올랐다고 평가한 정 실장은 오랜 민주당 지지자가 “이 역사적 순간에 이재명은 뭘 걸 것인가. 그게 안 보이는 게 문제다”라고 일갈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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