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상전벽해이자, 우리나라 축소판이다. 해불양수로 세상의 걸 흡수했고, 지금도 이를 원천으로 세상을 향해 뻗어가고 있다.
1883년 개항을 시작으로 근간을 이룬 인천, 1950년 한국전쟁의 상처로 초토화됐지만, 산업 역군을 자임하며 일어섰다. 1981년 직할시를 거쳐, 1995년 광역시로 승격되며 2군·8구 체제를 유지했다.
현 행정체제가 31년 만인 2026년 7월1일 개편된다. 신도심이 독립하는 영종구와 검단구. 원도심이 합쳐진 제물포구. 남겨진 서구까지. 지방시대 30년, 중·동구로 첫발을 내딛고 서구로 팽창을 이룬 후 영종·검단으로 세포 분열된 인천을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어낼 수 있다.
인천이 30년 만에 틀을 깨는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 아직 숙제도 많고, 행·재정 뒷받침은 앞서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이 성공해야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소멸과 국가균형발전의 문제를 풀 수 있다.
「인천일보」는 새로운 인천의 행정체제 개편을 1년6개월 앞둔 지금,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이 갖는 의미와 과제, 전망, 타지역 사례 등을 통해 인천의 백년대계를 세워보려 한다.
▲30년, 인천 2군·8개구
“인천이 앞장서 대한민국 지방행정체제 개혁을 이루겠습니다.”
2022년 8월31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10개 군·구인 인천을 11개 군·구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선 6기에 이어 민선 8기 취임 한 달째를 맞은 유 시장의 이날 발표는 1995년 광역시 승격에 맞춰 27년간 굳어진 인천 행정체제를 바꿔나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에 중구를 영종구와 분리하고, 남은 내륙 중구는 원도심 동구와 합친다. 서구 북쪽 검단지역을 구로 승격하는 것도 행정체제에 담겼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인천 인구는 1890년대 1만6445명, 1921년 3만9999명, 1941년 19만3049명으로 늘었고, 1967년 50만명, 1978년 100만명을 돌파했다. 행정구역 면적 또한 1890년대 26㎢, 1940년대 165.8㎢, 2010년대 1002㎢가 됐다.
통계청이 분석한 인구 추계를 보면 2023년 1월 300만명을 찍은 인천은 2035년 312만명에 진입 후 2037년 정점을 찍고 2040년부터 점차 감소한다. 부산은 2025년 325만명으로 감소 후 2035년 300만명 선이 무너진다.
통계청은 인천과 부산의 인구가 역전되는 시기를 2031년으로 봤다.
2024년 12월 현재 인천 인구는 302만1010명이다. 10개 군·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구로 63만4064명이고 이어 부평구 49만3200명, 남동구 48만6225명, 미추홀구 41만2274명, 연수구 40만213명 등이다. 가장 적은 곳은 옹진군 1만9996명이고 동구 5만8296명, 강화군 6만9402명이다. 2026년 행정체제 개편 대상 지역인 중구는 16만7113명으로 조사됐다.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은 속도를 냈다.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은 3년에 걸쳐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2022년 8월31일 행정체제 개편 발표 후 2023년 3월 중구, 동구, 서구에서 행정체제 개편 설명회가 열렸다.
시가 내놓은 행정체제 여론조사는 찬성이 84.2%로 압도적이었다. 지역별로는 중구 83.1%, 동구 78.6%, 서구 87.5%였다.
이 여론조사 결과 논란은 진행형이지만, 이를 기초로, 각 기초의회가 의결했고, 인천시의회에서도 통과됐다.
2023년 6월 인천시가 행정안전부와 분구와 합구를 공식 건의했고, 2024년 1월8일 ‘인천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완성됐다.
이 법에 따라 2026년 6월3일 제9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개편된 행정구역에 맞춰 구청장과 시·구의원이 선출된다.
▲행정체제 개편 완성은, 자치
인천시는 지난해 행정체제 개편 관련 대상 지역 인구에 대해 “인구 60만명인 서구는 검단 지역을 분리해 검단구(21만명)을 신설하고, 나머지 지역의 서구(39만명)을 둔다”며 “기존 중구(15만5000명)과 동구(6만명)는 영종구(11만명)와 제물포구(10만명)으로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장래 인천 인구 중 검단의 성장에 주목했고, 검단 또한 수도권 중 가장 빠른 인구 증가를 보이고 있다. 60만 서구에서 검단을 분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영종 또한 중구에서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영종국제도시의 설계 인구는 13만명. 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통계청은 영종국제도시 인구가 향후 3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2023년 11만명을 넘긴 영종지역 인구는 청라국제도시를 추월했다.
영종과 검단은 인천의 여느 신도시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인천의 여타 신도시는 원도심에서 신도심으로, 혹은 신도심에서 다시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인천 내 인구수 증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당 신도시 인구 증가만을 불러온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이란 특수성이 있는 영종국제도시로는 인천 외 타지에서 찾는 인구 순유입이 눈에 띄고, 검단신도시 역시 수도권 접근성에 더해 인근 수도권 도심과 높은 연계성을 보이며 수도권 북부 지역에서 매력적인 신도심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 때문에 2026년 7월1일 행정체제 개편 대상으로 유독 영종구와 검단구가 지목된 셈이다.
하지만 영종·검단의 독립은 남겨진 중구·동구·서구 원도심의 앞날에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영종·검단의 열악한 생활 인프라 시설이 발전에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지만, 제물포구와 검단이 떼어진 서구는 지속 가능한 발전 동력을 찾기 힘들다.
심지어 남겨진 이들 지역의 인구 분포는 고령화가 심각할 수밖에 없어 복지 수요에 따른 재정 압박이 불가피하다.
이들 지역 A구청장은 “신도심을 떼주고 원도심만 남겨진 행정체제 개편이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선 8기 인천시의 제물포르네상스와 글로벌톱텐시티 정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인천시와 정부가 분구에 따른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구청장은 “솔직히 남겨진 지역 중 제대로 된 앵커시설이 뭐가 있겠느냐”라며 “중구 내륙과 동구 등 제물포구와 검단이 독립한 서구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원도심 정책의 일대 전환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영종·검단이 갖는 상징성
영종도는 자연도(紫燕島)라 불렸다. 영종도에 국제공항을 짓겠다는 정부 발표는 이미 1000년 전 고려시대부터 자연도에 운명과 같았다.
영종구는 영종도,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 사이 갯벌이 매립돼 하나의 섬으로 엮였다. 그렇게 산을 깎고, 지대를 탄탄하게 만들어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며 2002년 개항됐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후 119년 만에 또 다른 개항이었다.
검(黔)단(丹)은 예전 갯벌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붉다는 뜻이 더해지며 신성한 곳으로 여겨진다.
김성호 전 검단선사박물관장은 “고인돌이 존재하고, 신성한 곳인 만큼 강화 마니산 참성단과 같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제단”으로 검단을 설명했다.
마전, 금곡, 오류, 왕길, 대곡, 불로, 원당, 당하 등 8개 마을이 담긴 검단. 1995년 3월1일 김포군 검단읍은 인천으로 편입돼 인천광역시 북측의 경계이자 관문으로 성장했다.
검단은 수도권 서북부의 지리적 요충지이다. 서울과 경기를 잇는 가교 역할뿐 아니라 서울 등 주변의 천정부지 부동산 가격에서 대체로 안정적 집값으로 검단은 매력적이다.
영종과 검단은 독립하는 지자체로서 부족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영종은 인천국제공항이란 배후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개발이 요구된다.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공항에는 마땅한 항공정비단지가 없다. 영종도는 영종하늘도시와 기타 지역의 개발이 하늘과 땅 차이다. 개발에만 앞서 공공시설 등은 없다시피 하다.
검단은 권력의 욕심에 맘고생이 심했다.
명칭도 불분명한 검단새빛도시라 명명됐고, 정체불명의 스마트시티는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됐다. 겨우 검단신도시로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았지만, 최근 관급 공사의 폐단이 공동주택 조성에 흠집을 냈다.
검단은 검여 유희강이 나고 자라며 예술혼을 불태웠지만, 사후 그의 작품은 인천에 정착하지 못했다. 인천의 무지에 더해 검단의 정체성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말 인천 행정체제 개편 토론회에서는 “새로 만들어지거나 합구되는 지역에서는 주민 정체성이 가장 크게 요구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주영·전민영·정혜리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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