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이 이달 말 종료된다. 작년 9월 도입 이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이 사업은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무 조건이 문제로 지적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무단 이탈을 했다가 강제 출국을 당한 사례까지 나왔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본(本)사업 추진을 앞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 최저임금 적용으로 월 최대 280만원 지급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근무 기간은 작년 9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이다. 이들은 원한다면 시범 사업이 끝나도 30개월을 추가 근무해 최대 3년(36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돌봄을 받는 아이들 입장에서도 가사관리사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는데 가사관리사가 자주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게 서울시와 이용자들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애초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작년 9월 근무 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무단 이탈하는 사태가 불거졌다. 돈을 적게 주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불법 체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도 우리 국민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다. 작년에는 최저임금, 주휴수당, 4대보험을 포함해 시간당 1만3700원을 받았는데 올해부터 1만3940원을 받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할 경우 월급으로 최대 280만원쯤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작년보다 1.7% 인상된 수준이다.
◇ “식료품·교통비 지원으로 월 150만원 저축할 수 있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에 있는 가족을 도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월급이 오르더라도 생활 비용 부담이 커지면 한국에 온 목적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생활 비용은 숙소 월세와 식비,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가정으로 출퇴근하는 교통비 등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현재 강남 역삼동 숙소에서 월평균 46만원을 내고 거주한다. 방이 넓지는 않지만 강남 평균 월세(70만원)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숙소 위치를 월세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강남 수요가 많고 가사관리사의 출퇴근을 고려해 지하철역과 가까운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역삼동 숙소에서는 현재 쌀, 라면, 햄, 시리얼 등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달 4만원쯤 식비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또 교통비는 서울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기후동행카드)으로 월 6만원대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거주비와 생활비를 130만원 내에서 해결하고, 150만원쯤 저축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시는 이들이 고향에 돈을 자주 송금할 수 있도록 월급을 매달 2회 분할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근무 방식도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한국에서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은 경우 일주일에 30시간만 일하는 게 가능하다. 반대로 하루에 두 가정을 오가며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던 밤 10시 통금은 폐지했다.
◇ 본사업 참여 의향, 예상보다 적어… 고용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어”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시범 사업이 끝나면 인원을 100명에서 1200명으로 늘리고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도 가사관리사를 선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용부 조사에선 서울시가 950여 명, 부산과 세종이 각 20명 미만으로 수요를 제출했다. 예상보다 적은 규모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수요 조사일 뿐 본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되진 않았다”며 “(본사업을 한다면) 다른 지자체가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분간 필리핀을 중심으로 고용부와 협의하며 가사관리사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