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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만 독주하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유럽의 주요국 경제가 쪼그라드는 동안 미국은 2%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개인소비 덕분으로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딥시크’의 등장으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속보치로 연율 2.3%를 기록했다. 3분기 변동률 3.1%나 시장 전망치 2.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미국 의회예산국이 보는 잠재성장률(약 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전체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이 4.2%나 늘어난 덕이 컸다. 2023년 1분기(4.9%)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다. 모건스탠리는 “민간소비를 볼 때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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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성장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유럽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같은 기간 유럽의 GDP 성장률이 ‘제로 퍼센트(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2대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같은 기간 GDP가 각각 -0.2%, -0.1%로 역성장했다. 독일은 제조업 부진, 프랑스는 정치 불안의 영향이 컸다.
월가에서는 당분간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샌탠더는 올 한 해 동안 미국 경제가 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관세정책으로 유럽 등 다른 나라의 미국 수출이 위축되면 미국의 경제 독주가 강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관세나 이민자 축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소비가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딥시크의 등장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하락하면 자산 효과가 사라져 미국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글로벌의 전략가 티에리 위즈맨은 “미국이 AI에서 지배력을 잃으면 미국 예외주의의 중요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테크 부문이 없다면 미국 증시에 자금 유입도 감소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지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부유층 가구는 주식시장 랠리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소비는 이전보다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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