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카드업계가 올해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모양새다. 경기 침체 우려와 정국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가 올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 내달 카드수수료 인하… 수익성 감소 ‘어쩌나’
카드업계에는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 중에서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4곳이 희망퇴직 신청을 마쳤다. KB국민카드는 2021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대카드는 내달 7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의 희망퇴직은 인력구조 효율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수익성 악화를 대비하기 위한 비용 절감의 목적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최근 몇년간 수수료율 인하, 조달비용 상승, 대손비용 확대로 실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판매관리비 및 카드비용 절감 등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지난해까지 선방한 실적을 내긴 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올해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업계의 주요 수입원인 카드수수료(가맹점 수수료)는 인하가 예정돼 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달 17일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1%p(퍼센트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 산정을 통해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개편해왔다. 카드수수료율은 이러한 절차를 거쳐 수차례 인하돼왔다. 이번에도 역시, 인하가 확정됐다.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은 0.1%p 인하된다. 연매출 10억~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05%p 내려간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모든 영세·중소가맹점에 0.1%p 인하된다.
이번 수수료 인하는 다음달 1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연간 3,000억원 가량 경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한 처지다. 업계에선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2,5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업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카드사들 입장에선 부담이 아닐 수 없는 부분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몇년간 이어진 고금리 환경 하에 조달비용이 치솟고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금리 하락이 시작되면서 조달비용상승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건이 완전히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여기에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불확실성은 높아진 상태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고환율과 불안한 시국,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미국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뜻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국은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이를 현실화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과 정책 불확실성 우려가 부상하자 통화정책 결정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조절한다면 우리나라도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즉,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정국 불안으로 소비심리마저 위축되고 있어 업계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용 절감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와 관리비, 마케팅비 축소를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새 수익원 발굴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카드업계의 지난해 연말 인사에선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교체됐다. 올해 초 일제히 신임 CEO가 취임한 가운데 새 수장들이 업황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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