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뒤 벌어진 범죄와 참사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그 피해자들이 슬픔을 호소하고 있다. 일명 ‘일본도 살인 사건’ 피해 유족들은 가족사진과 생전 메시지를 공개하며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으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 또한 지속적인 관리와 보호 등 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백모(38)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앞서 백씨는 지난해 7월 29일 오후 11시 27분경 서울 은평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길이 120㎝ 일본도로 아파트 주민 40대 남성 A씨를 살해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백씨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여러 차례 마주친 A씨가 중국 스파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백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으나 약 1시간 뒤 경찰에 체포됐다. 범행 당시 백씨는 마약이나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진행된 첫 공판에서 백씨는 범행 이유로 “국가 권력이 나를 사찰한다”며 “(피해자가 나를) 미행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는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6개월 만에 지난 21일 1심 결심공판이 열렸지만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8~19일 난동 사태 후 청사 방호와 안전 관리를 위해 직원과 법원 당사자 이외에 출입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이로 인해 출입 기자들도 백씨의 3차 공판 취재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이에 일본도 살인 사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사그라들 것을 우려한 유가족 측은 따로 입장을 냈다.
피해자 A씨 아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이들이 엄마마저 없는 삶에 서러워할까 죽지도 못하고 미칠 것 같다. 제발 저희 가족을 살려달라”며 “온 세상이 탄핵에 집중돼 있지만 기사 한 줄이라도 가족 억울함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국가의 의무를 다한 제 남편과 믿고 의지해야 할 우리 아이들의 아빠가 살인마 백씨에게 목숨을 잔인하게 빼앗겼다”며 “내가 죽어야 이 사건에 집중하고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까 너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연이어 보도된 관련 사건들이 사회의 모든 관심을 받고 있어 범죄나 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179명의 희생자가 나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 역시 사회적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 5분경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해당 참사로 인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희생자가 나온 대형 참사이지만 일부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이전 참사와 다르게 비교적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박한신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유가족들은 아직 왜 가족들이 비참한 죽음에 내몰렸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항공 사고의 재발 방지를 포함한 특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지속되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해 주시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언론이 국민적 관심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안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만큼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물론 비상계엄에 대한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자극적이거나 대중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보도보다는 의미 있고 기억해야 할 기사를 활성화해 사회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