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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로 내몰리는 시멘트 하청근로자들…고질적 병폐 ‘죽음의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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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설 명절을 열흘 앞 둔 지난 1월 18일,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내 운반구 교체 작업중 운반 기계서 쏟아지는 시멘트 분진에 휩쓸려 하청노동자가 27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해 2월 17일 같은 현장의 컨베어벨트 끼임 사망사고 발생 후 1년 만이다. 정확히는 만 11개월만이다.

공교롭게도(?) 이 건 사고와 지난해 발생한 사고 모두 동일한 현장이다. 지난해 사고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사고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같은 현장에서 같은 하청회사 근로자가 연이어 사망했다.

노동계는 “두 사고 모두 안전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만성적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라고 성토한다.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에서만 2021년 2월 2일 분진제거 굴삭기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를 비롯해 2024년 2월 17일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망사고, 그리고 이 번 사고까지 4년 새 3명의 하청근로자가 추락 및 끼임 등의 원인으로 사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이후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이 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9건이다.

수치로 볼 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시멘트 공장에서만 1년에 3명씩 하청근로자가 죽음을 맞고 있는 그야말로 ‘죽음이 도사린 공장’이다.   

하지만 9건의 사망사고 중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된 사건은 아직 단 한건도 없다.

노동계는 이 같은 노동 현장의 참상에 대한 조사당국과 수사기관의 엄격한 처벌 잣대를 기대하지만 당국과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강력한 조사와 수사는 시간속에 잠들고 있다.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전경                 사진=향토문화대전홈페이지 디지털문화대전 페이지 켑쳐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전경                 사진=향토문화대전홈페이지 디지털문화대전 페이지 켑쳐

#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의 연이은 사망사고=형식적 작업안전매뉴얼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에서 발생한 3건의 사망사고 희생자는 모두 공장 보수작업에 투입된 하청회사 근로자들이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보수작업 기간 중인 1월과 2월에 집중됐다. 2021년 2월 2일, 2024년 2월 17일, 2025년 1월 18일 등 모두 1~ 2월 한달 새 발생했다.

시멘트 생산설비 유지.보수를 하청받은 하청업체가 혹한기에 설비보수를 마쳐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하청근로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청에 재하청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구조상 일용직 고용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전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에서 발생한 지난 3건의 사망사고는 모두 무감각한 안전의식에 의한 작업안전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는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노동계는 “안전 보다 공사기간준수가 우선인 현장상황에서 공장 측이 안전매뉴얼을 무시한 채 무방비로 하청근로자들을 현장에 투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 강원본부도 2024년 2월 17일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사고의 원인을 다단계 하청구조로 지목했다.

단체는 “공장에서 최소한의 안전 매뉴얼만이라도 준수했다면, 적어도 다단계 하청구조만 아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다”고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당시 사고는 컨베어벨트를 보수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 하청근로자가 작업을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측 근로자가 전원스위치를 켜는 바람에 컨베어벨트가 작동되면서 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안전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두고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의 공장’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의 안전매뉴얼에 큰 헛점이 발견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현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번 사고 역시 안전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안전’이 그저 표어에만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유족측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측이 하청업체에 제공한 작업허가서에는 ‘문제없음’이란 문구와 함께 공장측 관계자의 서명까지 날인되어 있다.

즉, 사고 당일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측이 하청업체에 보낸 작업허가서엔 기본적 안전수칙 항목 확인란에 모두 양호로 체크되고 공장 측 작업허가 날인이 있었지만 실제는 작업장 내부 잔여물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지시서가 하청업체로 하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항목 확인 체크 및 작업허가서 날인이 현장확인 없이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결정적 증거다. 안전매뉴얼이 관례적, 형식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가 각 시멘트 사에 타전한 ‘중대재해발생알림’에서도 이 번 사고는 ‘운반구 교체 작업시 내부 잔여물을 확인,제거하고 사전에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여 추락.낙하 등의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고 공시하고 있다. 사전에 내부잔여물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한일현대시멘트 사망사고에 대해 내부 잔여물을 확인.제거 및 사전 위험성평가 실시해야 함을 공지했다.                                                                                      사진=유족 측 제공
고용노동부는 18일 한일현대시멘트 사망사고에 대해 내부 잔여물을 확인.제거 및 사전 위험성평가 실시해야 함을 공지했다.                                                                                      사진=유족 측 제공

이는 이 번 사고가 통상 원청에서 작업자가 현장에 투입되기 전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한 후 작업허가서를 작성하여 하청업체에 전달하면 비로소 하청업체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되는 기본적인 작업안전매뉴얼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 번 사고는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측에서 작업현장에 내부 잔여물이 있는 상태에서 확인도 하지 않고 관례적으로 작업허가서를 작성해 하청업체에 하달 했다는 방증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운반구 작업의 경우 사전에 운반구(기계)의 공회전을 통해 잔여물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한 다음 작업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작업허가서에 ‘작업 위험성 평가 및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실시 항목에도 ‘양호’라고 체크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업위험성평가 및 작업전 안전점검회의를 하지 않았거나 현장확인 없이 형식적인 회의만 한 상태에서 관례적으로 작업허가서가 작성되었음을 미루어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노동계는 “불과 1년 전인 2024년 2월 17일 사고에 이어 또다시 같은 현장의 작업안전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일현대시멘트가 만성적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18일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운반구 작업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전 공장측은 안전작업허가서를 작성해 하청업체 업체에 하달했다. 안전작업허가서는 통상 작업 시행전 현장확인은 물론 작업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한 후 작성되야 하지만 당시 공장측은 현장확인 없이 작업허가서를 작성해 하청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은 유족측에서 제공 한 자료 임.
지난 1월 18일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운반구 작업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전 공장측은 안전작업허가서를 작성해 하청업체 업체에 하달했다. 안전작업허가서는 통상 작업 시행전 현장확인은 물론 작업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한 후 작성되야 하지만 당시 공장측은 현장확인 없이 작업허가서를 작성해 하청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은 유족측에서 제공 한 자료 임.

# 1년 새 2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대상…과연 법의 심판은?

한일현대시멘트에서는 4년 새 3건의 하청근로자가 사망했다. 2021년 7월 한일시멘트 공주공장 사망사고까지 한일시멘트 그룹 내 사망사고는 4년새 4건이나 된다.

1년에 한 번 꼴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2월과 7월 발생한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상 중대재해로만 적용됐다.

이후 2건의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인 2024년 2월 17일과 2025년 1월 18일 각각 발생했다. 2건 모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2024년 2월 17일 발생한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컨베어벨트 끼임 사망사고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용노동부 조사 계류중이다.

당시 사고는 사고 발생시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근거해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번 1월 18일 발생한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사망사고 역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근거해 조사에 착수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같은 현장에서 기본적인 작업안전메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공장 측 중대과실 사고로 명백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4년 2월 17일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사건을 아직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에 대해 노동계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혹여 고용노동부가 이 사건을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다른 법을 적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노동계는 지난 해 단양 소재 S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원청과 하청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계는 시멘트 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시멘트 사업장의 끔찍한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원·하청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성토하지만 기대할 만한 처분의 답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나 법 적용 현실은 사업주 측의 처벌에 지나치게 관대하기 대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 시멘트 사의 오만,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외면’

시멘트 회사들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 유족들과의 접촉에 앞서 먼저 굴지의 법무법인을 찾는것이 관례화 되어 있다. 피해자 유족들을 찾아 사죄하고 합의에 나서는 것은 오롯이 하청회사의 몫이다.

하청 회사는 어렵사리 딴 하청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원청의 눈치를 봐야하는 철저한 갑, 을 관계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하청 회사는 사고 발생시부터 형사적 처벌 문제 및 유족 측과의 합의 등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도산하는 사례도 있다.

원청은 중대재해처벌에서 어떻게든 처벌을 가볍게 받고자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언론의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고 사실이 외부로 확산될 경우 조사 당국이나 수사기관이 여론을 의식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편 이 번 사고 피해자 유족 측은 “한일현대시멘트 측에서는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아직 아무런 접촉도 없다”면서 “원청 측에선 유족 측과의 접촉은 일체 단절하면서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등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한다.'(25일 기준)

유족측 관계자는 “공장 내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은 사고 현장 설비만 가동을 중지한 채 다른 공장 설비는 버젓이 가동하고 있다. 이는 공장 내 사망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관계자는 “공장 측의 명백한 잘못으로 인한 사고임이 ‘작업지시서’를 통해 확연히 들어나 있는데도 공장 측은 어떻게든 작업자의 과실을 끄집에 내 자신들의 처벌을 가볍게 할 궁리만 하고 있다”면서 “이는 피해자들 두번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고 토로했다.

조사 당국과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와 수사가 그 어느때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할 듯 하다. 

한일현대시멘트는 2023년 한국 ESG 등급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바 있다.

뉴스프리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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