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는 수많은 시민을 광장으로 이끌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집회에서 두드러진 여성 청년층은 시시각각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미디어오늘이 만난 20~30대 여성 대다수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뉴스 소비가 늘었다면서도, 언론사 채널보다 각자가 신뢰하는 창구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언론이 지금의 시기를 새로운 소비자를 얻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5~24일,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20~30대 여성 16명을 세 곳의 각기 다른 집회 현장 및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16명 중 1명은 정신적 성별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또 다른 1명은 에이섹슈얼(Asexual·무성애자)이라 밝혔다. 응답자 중 6명은 비상계엄 이후 처음 집회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종일’ 뉴스 들여다봐…자주 사용하며 뉴스 공유하는 매체 ‘X’
16명 중 1명을 제외한 15명은 내란사태 이후 뉴스 이용 시간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신우리(26세)씨는 “계엄 이전에는 뉴스 기사를 하루에 한 번 정리하듯이 보고 말거나 트위터(X)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조금씩 확인하는 정도였다. 계엄 이후 거의 수시로 라이브 뉴스를 틀어놓고 있다”고 했다. 김아무개씨(29세)는 “원래는 뉴스를 잘 보던 사람이 아니었다”며 “요새는 SNS만 켜면 알아서 (뉴스가) 뜨니까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알고리즘이 알아서 바뀌어버렸다”고 했다. 뉴스 이용 시간이 늘지 않았다는 박수연(27세)씨는 “제주항공 참사도 갑자기 나서 심적으로 힘들었다”면서 “지속 가능하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 뉴스를 과도하게 찾아보지 않는다고 했다.
응답자 절대 다수의 뉴스 이용 중심에는 옛 트위터, X가 있다. 지난해(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뉴스를 가장 먼저 접한 창구는 16명 중 6명이 X라 답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연합뉴스 X 계정을 통해 관련 뉴스를 봤다고 했다. 이밖에 3명이 네이버·다음 등 포털 , 1명이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을 통해 비상계엄 뉴스를 처음 봤다고 답했다.
평소 뉴스를 볼 때 자주 사용하는 매체로 16명 중 11명이 X를 꼽았고, 그중에서 4명은 트위터 시절부터 뉴스 큐레이션을 운영해 온 ‘에스텔 뉴스계정’, 1명은 언론사 계정을 팔로우한다고 했다. 뒤이어 MBC 6명, 한겨레 4명, JTBC·연합뉴스·오마이뉴스 각 2명 순이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뉴스봇 등을 자주 쓴다는 응답도 각 1명씩 나왔다.
여러 창구로 뉴스 확인, MBC·한겨레 신뢰하지만 연합 속보도
응답자 대다수는 특정 매체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창구를 활용한다고 했다. “트위터(X)에서 키워드를 접하면 다시 구체적으로 언론사를 통해 찾아보는 식으로 기사를 봤다”(조아무개·23세)거나 “일단 보이면 거의 다 읽어본다”(민경희·20세)는 식이다. 부기씨(36세)는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도 신뢰하지도 않지만 공중파 중에는 MBC, 종편 중에는 JTBC 위주로 보고 있다. 신문은 한겨레나 경향, 뉴스타파의 기사를 보고. 사이사이 또 무슨 헛소리들을 하나 싶어 연합뉴스도 본다”고 했다.
뉴스를 타인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체적으로 밝힌 10명(안 함 2명·무응답 4명) 중에서도 X를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5명으로 가장 많고, 인스타그램이 2명이었다. 블로그, 지역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뉴스를 공유하는 경우도 각각 1명씩 있었다. 이들은 SNS에서 신뢰하는 뉴스 큐레이션 계정이나, 언론인 계정을 팔로우하다 일부 게시글을 재공유(리트윗·리그램 등)한다고 했다.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물은 결과 응답자 16명 중 MBC·한겨레라는 응답이 각 7명, 오마이뉴스(오마이TV 라이브 포함) 6명, X 계정 2명, JTBC·경향신문·뉴스타파·비마이너·일다·뉴스공장·고양이뉴스 응답이 1명씩 나타났다. 없다는 응답자도 3명이었다. 신뢰하는 매체를 꼽은 경우에도 해당 매체를 전적으로 믿기보다 현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김나현(21세)씨는 언론사 전반이 “기사 제목으로 ‘어그로’(억지 관심)”를 끈다는 점에서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명지(28세)씨는 “MBC의 경우 정부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좀 더 신뢰하게 됐다. 오마이뉴스는 시민 후원으로, 시사인도 그런 방식으로 권력이나 기업에 덜 영향을 받는 언론이라고 생각해서 더 믿고 본다”고 했다. 신우리씨는 현재 기준 “진보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언론”을 이용하지만 “정권과 시기에 따라 언론의 방향을 보고 팔로우하며 확인한다”고 했다.
보도의 형식을 고려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이예지(26세)씨는 “제대로 취재를 하고 쓰는 느낌이 나는 기사를 신뢰한다”며 “커뮤니티 글을 긁어오거나 검증 없이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들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표세은(20세)씨의 경우 “사실을 하나하나 따져서 잘못된 주장이라고 올려주는” 기사를 신뢰하고 “사설이나 정리된 기사”도 많이 본다고 했다.
“양비론 문제” “보수당 스피커” 언론 전반에 문제의식
언론 신뢰도를 가르는 기준은 언론을 향한 당부로도 이어졌다. 강명지씨는 “양비론이 제일 문제적”이라며 “팩트체크할 게 아니라 아예 받아 쓰기만 한다면, 마이크를 쥐어주고 말을 퍼뜨리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언론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A씨(31세)는 “내란 사태를 보도할 때 너무 보수당의 스피커가 돼 주는 것 같다”면서 “국민의힘의 힘을 키워주려고 여론플레이를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나아가 조아무개(23세)씨는 “정치인 발언을 무조건 기사화하는 경향이 최근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혐오 발언, 단순히 정당 정치로 치환하려는 발언을 무작정 기사화하는 것은 파급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최연우(23세)씨는 “한겨레를 펼쳐 봐도 정권의 주장, 당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현장에서 내가 본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도움을 줄 역할을 언론이 더 하면 좋겠다”고 했다. 윤아무개(30세)씨는 “(약자 목소리) 기사를 찾기가 너무 힘들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뉴스 탐색이 언론사 직접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두고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네이버(포털) 플랫폼에선 워낙 뉴스가 많이 쏟아지는 데다 무한 스크롤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속보로 올라오는 뉴스를 모두 읽을 수 없다. 무엇이 양질의 뉴스인지 판단하기도 벅차다”며 “스스로 자주 이용하거나 보는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번 ‘필터링’된 뉴스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논평하고 평가하는 패턴이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뉴스 회피하지 않아…새로운 소비자에 언론이 어필할 기회”
최 교수는 특히 “이른바 혐오나 모욕의 성격이 짙은 ‘눈썩 댓글’이나 맥락 없이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의도된 ‘좌표 작업성 댓글’이 많기 때문에 굳이 포털에서 기사를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좋은 기사나 일독을 권하는 기사일 경우는 링크가 붙지만 허위정보나 편향된 기사일 경우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팩트체커’가 되어 해당 기사 이미지를 ‘박제’해 비판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 인터뷰에 응한 이들 중에선 “댓글 신고도 많이 하게 됐다”(김나영·26세)거나 “(쟁점 기사에) 좋아요나 댓글이 너무 많으면 꺼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박수연)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아울러 최 교수는 “이용자들은 뉴스를 전혀 회피하지 않고 있다. 언론사의 착시일 것이다. 골고루 여러 경로를 통해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접하면서 지금처럼 뉴스를 많이 보는 시대가 있을까”라면서 “오히려 뉴스 생산자들이 너무 무분별하게 걸러지지 않은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저관여층마저도 스스로 고관여층이라 할 만큼 뉴스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을 것이다. K팝이 취미였던 2030 여성들이 정치효능감을 느끼면서 이들의 정치 역량도 상당함을 느낀다. 이 시기 새롭게 탄생한 뉴스 소비자들에게 언론이 어필할 기회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 여성 ‘반짝’ 소환…관성적 묘사, 자극적 소비 우려
언론의 ‘2030 여성’ 보도에 대해 당사자인 이들의 생각 또한 물었다. “든든하고 좋았다”(박수연), “멋있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면서 더 나가고 싶었다”(민경희)며 연대와 소속감을 느꼈다는 반응 한편으로 여러 우려도 나왔다.
먼저 ‘청년 여성’을 필요에 의해 반짝 소환한다는 지적이다. 집회에 대형 ‘에이섹슈얼’ 깃발을 들고 참여한 김나영씨는 “우리는 그동안 다 (광장에) 왔는데”라며 “그들이 인정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만 소위 ‘붙어준다’는 이유로 약간의 인정을 해주는 느낌”을 지적했다. 윤아무개씨는 “이번에는 정말 잊히지 않고 싶다는 갈증이 크게 있다. 그래서 원래는 그냥 앞에 앉아 있을 것도 깃발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조아무개씨는 “광장에 나오고 사회 이슈에 관심 있는 여성들은 항상 있었는데 반짝 주목 받고 다시 묻히고, 또 이슈가 생기면 다시 ‘여성들이 나설 정도로 문제’란 식으로 사용됐던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언론이 전하는 ‘2030 여성’이 스테레오 타입을 답습하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김아무개(29세)씨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20~30대 여성은 항상 여리여리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고, 김유진(20대 후반)씨는 “1020 여성들을 너무 기특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퀴어로서 광장에 나온 경험이 있는 이예지씨는 “우리를 무성적 존재로 묘사하는 문제가 있다. 2030이라고 소위 퉁쳐 버리는 보도도 문제”라고 했다. 20대 이환씨의 경우 “서부법원 폭동이 처음 나왔을 때는 (가담자가) 2030 남성들이라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쏙 빠졌다”며 “여성이 잘못했을 때는 여성을 부각시키고, 남성이 잘못한 일에는 남성을 잘 부각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2030 여성’ 만을 부각한 기사가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표세은씨는 “그런 식으로 제목을 지었을 때 기사가 자극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 나오는 것도 자극적일 수 있고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억지 프레임 깨고, ‘허겁지겁 설명’ 시도 경계해야
관련해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성별·세대에 대한 담론을 악용하는 정치권에 언론이 휘말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0 여성 관련) 보도가 ‘갈라치기’라며 혐오 감정이나 분노, 조롱을 끌어올려서 중요한 논의를 묻히게 하려는 사람, 예를 들어 이준석의 발언 같은 것은 따옴표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만들어 내는 ‘이대남 이대녀’ 억지 프레임을 깨야 한다. 의미 없는 발언을 보도하지 말고, 여성들이 발끈하게 감정적으로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전반적 보도 흐름에서 ‘2030 세대’는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진보 여성’, 사법체계를 부정한 윤 대통령을 호위하는 ‘극우 남성’ 식으로 양분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내란사태 이후 첫 주말 집회가 열린 2024년 12월7일부터 설 연휴 직전 주말 집회가 열린 2025년 1월25일까지 주간 단위로 ‘2030, 집회, 윤석열’ 보도 연관어를 분석해 본 결과 연말까지 ‘시민들’ ‘응원봉’ ‘민주주의’ 등이 상위였던 연관어가 1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불발 이후 ‘유튜브’ ‘탄핵 반대’로, 서부지법 폭동 주간(1월18일~25일)엔 ‘서부지법’ ‘지지자들’ 등으로 바뀌었다. ‘2030 여성 집회’ 보도량이 꺾이고, ‘2030 남성 집회’ 보도량이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
신경아 교수는 “서부지법 사건 (가담자를) ‘2030 남성’으로 써 버리면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이라며 ‘쉬운 일반화’를 경계했다. 또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가 연합해서 중장년 세대를 포위하자는 것(세대포위론)이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굉장히 나쁜 보도”라면서 “(언론이) 선동의 도구가 되지 마시라”고 했다. 다만 “촛불 때도 그랬지만 이번 탄핵 집회에서도 탄핵(탄핵소추안 의결)을 이끌어 내지 않았나”라면서 “너무 절망적으로 보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탄핵에 찬성하는 여성이 늘자 남성들이 경계하는 분위기에서 탄핵을 반대한다’고 단정하는 해석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선영 교수는 “탄핵 이슈는 젠더 갈등을 반영할 리 없다. 극단주의, 정치적 편향에 의해 움직이는 종교 집단, 혐오의 문제를 주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는데도 맥락 없이 ‘젠더갈등’으로 만들어 버렸다”면서 “언론이 어떠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의 발언을 따옴표로 인용해 탄핵 국면의 사회 현상을 너무 손쉽게 허겁지겁 설명하려는 시도는 경계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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