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통합 행보에 긍정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총선 이후 주류에서 밀려난 비명(비 이재명)계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설 연휴를 거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성정·탈이념·실용 등을 앞세워 중도·진보를 아우르는 이른바 빅텐트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만났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민주당 지도부가 신년 인사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새해 첫날 신년 인사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항공기 참사 수습을 위해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가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이후 약 넉 달만이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 대표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걸어간 다른 지도부와 달리 차량에 탑승한 채로 문 전 대통령의 사저로 진입했다. 차량에서 내린 뒤에는 경호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이동했고 곧바로 기다리고 있던 문 전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이후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함께 계단으로 이동한 후 지지자와 언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특히 손을 흔들며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문 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이 대표의 왼손을 덥석 잡아 들어 올린 뒤 다시 지지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예정된 시간을 40분가량 넘겨 약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의 ‘통합 행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표가 최근 중도 공략을 위해 성장 등을 내세우는 전략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극단적 정치가 조성된 상황에서 통합과 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중요할 것 같다”며 “큰 정치적 변화가 생겼을 때 통합·포용이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각별히 주문했다”고 전했다.
또 “이 대표가 현재 정책 저변을 넓히기 위한 활동이나 지반을 넓히는 활동을 (문 전 대통령이) 높게 평가했다”면서 “통합·포용 행보를 동시에 해주면 좋겠다. 비단 현재 갈등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큰 변동이 생기더라도 해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해서도 적극적으로 통합·포용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했고 두 사람이 공감했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도 언급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란 사태가 벌어짐으로 인해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매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문 전 대통령이 말했다. 추경 편성을 위해 민주당이 적극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보다 빠른 추경 편성에 공감대를 표시하면서도 민주당 추경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제시한 안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정부가 빨리 결정해준다면 여기에 대해 논의하고 수용할 제세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외교·통산·산업 등 관련 전략을 재구성하는 데 지난 정부의 인력과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했고 북미 대화를 주선한 경험도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문 전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했던 인력, 노하우, 지혜 등을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 차원에서 적절히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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