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김완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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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점심이나 쉬는 시간에 가까운 멀티플렉스 극장 혹은 개인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통해 고요한 산사의 새벽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통해 지친 심신을 달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상이 될 겁니다.”
김완두(미산스님)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명상과학연구소장은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명상의 대중화를 위해 XR(확장현실) 콘텐츠 전문기업 엔피(NP)와 올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XR 명상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엔피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같이 굵직한 국가 대형이벤트에서 쓰는 입체영상콘텐츠를 제작해 온 기업이다. 김완두 소장은 “엔피와 신경과학 등에 기반한 명상 콘텐츠를 만들어 대형 스크린, VR(가상현실) 헤드셋 등의 기기에서 간편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2018년 3월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명상을 주제로 한 연구소로는 국내 유일하다. 김완두 소장은 10대에 출가해 명상 관련 논문으로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포 중앙승가대학교에서 10년 간 재직 후 조기 퇴임한 뒤 SK디스커버리로부터 지원을 받아 ‘하트스마일명상’이란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국내 첫 ‘명상 연구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명상의 과학화를 위해 카이스트에 명상과학연구소 설립을 제안했고, 명상·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R&D(연구개발)를 추진하고 있다.
명상과학 논문 2만편 이상…빅테크는 이미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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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라고 하면 자연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간단해 보이는 이 같은 동작을 두고 최근까지 관련 논문이 전 세계적으로 2만편 넘게 나왔다. 카이스트가 조사한 명상과학 관련 논문 편수는 하버드대학교가 871편으로 가장 많고, 런던대(551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441편), 토론토대학교(438편) 순이다.
김 소장은 “불안과 우울증, 화가 나서, 스트레스가 쌓여서, 자기 말을 무시했다고, 나만 그런 것 같다는 박탈감 등의 이유로 하루 건너 한 번씩 ‘묻지마 폭력’ 뉴스를 접하게 되는 요즘”이라며 “이른바 강박·분노사회로 치닫으면서 전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상과학 연구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명상 연구는 꽤 오래 전부터 이뤄졌다. 이를테면 1979년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분자생물학 박사인 존 카밧진이 말기 암환자, 만성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을 개발, 치료 효과를 보면서 명상의 과학적 연구를 주도했다.
김 소장은 “티벳 승려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도 있는데, 1만 시간 이상 명상을 한 사람의 뇌 형상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뇌 형상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 점을 물리학적으로 증명해 세간의 관심을 이끈 적 있다”고 했다. 명상 초반에는 알파파가 증가해 불안감이 감소하고, 명상 중엔 세타파가 증가한다. 알파파는 뇌 피질 후두부에서 나오는 뇌파로 정상적인 성인이 긴장을 풀고 휴식하는 상태에서 생긴다. 세타파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감동이나 쾌감을 느낄 때 나오는 뇌파다. 뇌 전방대상피질과 연관돼 있다. 명상이 생활화된 티벳 승려들은 이런 활동이 잦아 뇌 형상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이다.
명상 프로그램은 구글, 페이스북, 인텔, 애플 등 업무 강도가 높은 소위 빅테크 기업에선 이미 도입했다. 김 소장은 “구글의 경우 2007년부터 ‘마음 챙김 감성지능 훈련’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감정을 조절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유엔(UN)은 2023년 12월 6일 제79차 총회에서 12월 21일을 ‘세계 명상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인도, 네팔, 몽골 등 18개국이 주도하고 79개국이 동의한 안건이다. UN 193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김 소장은 “이러한 UN의 결정은 명상이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 도구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 확장 개관…명상 관련 스타트업과 협력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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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학연구소는 최근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와 함께 연구 협력하기로 하면서 △VR·AR를 활용한 몰입형 명상 경험 연구 △AI(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명상 가이던스 시스템 개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한 명상 상태 모니터링 연구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한 실시간 명상 피드백 시스템 개발 △메타버스 환경에서 집단 명상 프로그램 개발 등을 기획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명상과학실험실, VR·XR(가상·복합현실) 기반 명상 체험실, 대형디지털아트명상홀 등을 구축하는 연구소 증축공사를 이달 마무리 했다.
김 소장은 “이번 확장 개관을 통해 명상을 통한 뇌파 및 호르몬 변화, fMRI(기능자기공명영상) 등의 과학적 방법이 접목된 연구를 수행할 준비를 마쳤다”며 “엔피와의 협업 프로젝트처럼 메타인지 능력에 관한 빅데이터 구축, 명상 교육용 스마트기기 개발, 감성지능 측정을 위한 센서 개발 등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들과의 협력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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