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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⑥ 뼛속까지 ‘개혁 보수’ 유승민의 칠전팔기… 세력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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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일 벌어진 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 물밑에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구속 수감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60일 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 후보는 누구일까. 뚜렷한 선두주자가 보이지 않는 여권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도가 압도적인 야권에서도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대선 후보가 되는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편집자주]

“제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을 이기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14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14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전 의원에게 대권 도전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그는 19대 대선 바른정당 후보였고,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경선 3위)였다. 최근엔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탄핵 정국 내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선 “독약 같은 여론조사”라고 일갈했다. 누가 보수진영의 대선후보가 될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뼛속까지 ‘개혁보수론자’인 그의 도전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중도 확장성 높은 개혁 보수… 언변·정책 대결에 ‘탁월’

유 전 의원은 혁신과 중도, 합리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중도 확장성이 높은 후보로 평가 받는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난항을 겪을 때마다 ‘유승민 등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비상 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비슷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한 85명의 의원들을 겨냥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에서 반성문 한 장 안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은 “낡은 보수, 시대착오적 보수를 버리고 개혁 보수로 가야 한다.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마음을 잡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뚜렷한 소신은 저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보수 다운 보수’를 표방하며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다”고 외친다.

또 다른 강점은 경제 분야 식견과 전문성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국내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친박(친박근혜)계 지원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2015년 4월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비판한 그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그의 정치 여정은 험로로 바뀌었다. 그는 당시 초이노믹스(내수활성화·민생안정·경제혁신)와 창조경제 등 박근혜 정부 3대 경제정책을 서슴없이 비판했다.

야당으로부터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 연설”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으로부터 “국민들이 배신의 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는 원망을 들었다. 이는 원내대표직 사퇴의 계기가 됐고, ‘배신자’라는 단어는 유 전 의원의 정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됐다.

그는 언변이 좋고 정책 대결에도 뛰어나다. 유 전 의원이 등장하는 토론을 보면 탄탄하게 짜여진 논리를 정확한 언어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두드러진다. 또 말이 상당히 빠른데도 뒤엉키지 않고 핵심을 잘 짚어내며 적확한 단어를 쓴다.

201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은 TV토론에서 그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재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압박했다. 문 후보는 “더 자세한 건 우리 캠프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라”는 말로 끝냈다. 논리에 방점을 둔 그의 언변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도 닮아 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유 전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합리적 중도층에서 가장 평이 좋은 보수권 후보라는 것”이라며 “경제 지식 등을 바탕으로 토론에 능하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와 맞붙을 때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추후 대선 국면에서 유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경제 위기 극복을 앞세워 중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 후보로 나온다면 우리로서는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 독자적 대권 레이스 완주 어려워… 낮은 지지율은 한계

이러한 강점이 무색하게도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수 년째 바닥권에 머무는 상태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조사한 결과(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유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동일한 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5년이라는 정치활동 기간과 대선 및 경기도지사까지 출마했던 이력을 가졌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독자적인 레이스를 쉽지 않은 여정으로 본다. 관건은 ‘탄핵 찬성’ 세력을 규합하고 이를 디딤돌 삼아 판을 흔드는 것인데 그의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구·경북(TK) 지역을 비롯해 전통적인 보수층에 각인된 ‘배신자 프레임’도 벗어나야 할 굴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유 전 의원의 스마트함에 대해 동의하는 의원이 많지만, 그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출신 정치인은 “유 전 의원은 독단적으로 발언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내 입지를 키우지 못했다”면서“정치를 하다보면 당 입장도 고려해 발언해야 할 때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이 미숙해 세력 확장이 쉽지 않았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탄핵이라는 포탄을 맞아 한국 정치사에서 ‘개혁 보수’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왔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한동훈 전 대표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부활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상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을 분명히 했던 정치인들 사이에 조기 대선 과정에서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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