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락, TCL, 샤오미 등 중국 가전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습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는 주력 제품 판매를 넘어 가전 라인업을 넓혀 국내 가전 기업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은 가성비와 기술력을 앞세우는 한편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애프터서비스(AS)도 개선해 우리나라 기업을 위협한다.
中 가전, 공격적 할인에 가전 제품군 확대 공세
올해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습에 적극 나선 이유는 자국 내수 침체와 미국 제재 등으로 위기를 겪으면서다.
대안으로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삼기에 매력적인 시장으로도 꼽힌다. 한류 효과로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품목을 중심으로 일본·동남아 등 수출 시장 다변화를 노리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로보락, TCL, 샤오미 등 중국 가전업체들은 올해 기술력을 높인 제품군을 선보이며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AS 서비스 강화, 구매시 무료배송, 사은품 증정 등 혜택을 늘리며 활발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찬 로보락은 소형 올인원 세탁건조기까지 라인업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말 1인 가구 겨냥한 세탁건조기를 처음 출시해 올해는 보급형 라인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로봇 청소기에 이어 세탁기 시장까지 발을 넓힌 것이다. 최근 로보락은 설 연휴를 맞아 오픈마켓과 현장에서 할인 프로모션도 공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또 로보락은 로봇 청소기 보안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글로벌 보안 인증을 획득했다는 홍보도 적극 펼치는 중이다.
한국법인 설립에 AS 강화…韓 기업 위협
글로벌 TV 출하량 2위인 TCL은 2023년 한국법인 TCL코리아를 설립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를 계기로 TCL은 온라인 판매에서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판매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TCL은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 덕분에 국내에서도 TCL을 소비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가전 양판점을 가보면 TCL 제품은 대형 사이즈로 분류되는 75인치, 85인치대 TV 제품이 국내 삼성, LG 제품과 비교해 많게는 최대 40% 이상 저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간 TV 판매를 주력으로 공략해온 TCL은 올해부터는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등 다른 가전까지 확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인력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샤오미는 이달 한국 지사인 샤오미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15일에는 국내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력인 스마트폰을 비롯해 웨어러블, TV, 로봇청소기, 보조배터리 5개 카테고리의 스마트 디바이스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경우 2016년 국내 유통업체들과 총판 계약을 맺어 가성비 전략을 앞세웠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국내에 자사 서비스센터가 없다는 점이 실패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샤오미는 올해부터는 법인 설립을 계기로 본사가 직접 판매에 나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AS 서비스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은 ‘외산폰 무덤’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고자 올해 한국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손을 잡았다. 샤오미와 정식 계약한 통신사의 유통망을 통해 구입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샤오미는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구성해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IT 전자기기 트렌드에 민감해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게다가 중국은 현재 내수 부진으로 대안 시장을 찾는일이 시급한데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져 한국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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