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국내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직 이들만큼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스타트업 역시 세계 시장에서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세대 주역을 꿈꾸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한국 청년들이 세계를 무대로 능력을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세계를 품을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꿈과 목표를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졸업장과 빅테크 커리어라는 완벽한 엘리트 코스를 뒤로하고, 최미리 에드미션 대표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미국 명문 공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녀가 새로운 무대로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입시 컨설팅 업계다. 현실판 ‘스카이캐슬’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입시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최 대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에드미션이 개발 중인 AI 입시 컨설턴트 ‘Unni.ai’는 학생들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분석해 대학 리스트를 추천해 주고, 질문에 실시간 답변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유학생 시절 컨설팅이나 과외 도움 없이 입시에 성공했던 그녀의 경험이 이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최 대표는 이를 통해 기존 입시 컨설팅의 높은 비용 장벽을 허물고, 더 많은 학생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두가 안정적인 길을 택할 때 그녀는 왜 불확실한 도전을 선택했을까.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최 대표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도유망한 직업을 뒤로하고 입시 컨설팅으로 전향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MIT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IBM,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어요. 그런데 직장 생활 중 행복을 느끼지 못했어요.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려고 그렇게 독하게 공부했나’하는 회의감이 들었죠. 대학에 들어가는 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걸 깨달은 후,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탐구하기 시작했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부분들을 ‘MIT 공대 언니’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달하기 시작했어요. 해당 영상들을 보고 MIT 입시 비결 문의가 많이 들어오게 됐는데, 처음에는 취미로 했던 컨설팅의 파이가 월급을 뛰어넘을 정도로 커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입시 컨설팅을 제대로 시작해 보기로 했어요.”
-다시 빅테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단 한 번도 없어요. 작게 시작했던 컨설팅이 3개월 만에 아마존 월급을 뛰어넘었을 때부터 매출이 줄었던 적이 없어요. 매년 두 배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컨설턴트 개발을 위해 엔지니어를 포함한 직원들도 더 구해서 현재 직원은 20명이 넘어요.”
-입시 컨설팅에 AI를 도입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운영하는 미국 대학 입시 컨설팅은 32개국에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수용할 수 있는 학생 수는 한정돼 있는데, 컨설팅을 원하는 학생은 점점 많아졌어요. 현재도 대기 인원이 1000명이 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이 컨설팅을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제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AI 입시 컨설턴트 개발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 아이디어로 스타트업 대회에서 3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곧 베타 버전을 런칭할 예정이에요.”
-AI 입시 컨설턴트인 ‘Unni.ai’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요?
“Unni.ai는 학생의 GPA, SAT 점수, 활동 기록 등을 입력하면 AI가 분석해 적합한 대학 리스트를 추천해요. 또한, 입시 관련 단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챗봇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요. 현재는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사람이 필요한 맞춤형 상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어요. 미국 대학 입시에 필요한 모든 부분이 들어있는 ‘원스톱’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AI 컨설턴트를 통해 기존 입시 컨설팅 비용을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목표에요.”
-컨설팅 비용이 높아야 회사에는 이익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컨설팅을 받는 사람보다 못 받는 사람이 더 많아요. 앞서 말씀드린 수용 인원의 문제도 있지만, 컨설팅 비용이 워낙 비싸거든요. 저도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컨설팅을 받지 않았어요. 더 많은 학생이 AI 컨설턴트를 통해 미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면 저로서는 뿌듯한 일이죠.”
-한국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자신만의 브랜딩을 구축하는 것을 어려워해요. 한국 학생들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대학 입시는 다릅니다.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에요. 모든 학생은 저마다의 유니크함이 있는데, 한국 학생들은 그걸 찾지 못하고 대부분 비슷한 그림을 가지고 입시를 준비해요.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눈에 띄는 한국 학생들이 많이 없는 거죠. 실제로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한국 학생 비율이 점점 줄고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학생들이 단순히 대학에 합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진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세웠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또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실 때 정말 기쁩니다. 저희 서비스가 단순히 입시를 넘어 가족 간의 관계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향후 목표가 궁금해요.
“단기적으로는 AI 입시 컨설턴트 어플의 성공적인 런칭과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과 진로 분야에서 더 많은 학생이 건강하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유튜브나 방송 활동을 통해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탑 에듀테이너로서 에듀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최미리 에드미션 대표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아마존에서 기술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았고, IBM에서는 글로벌 기술 영업 리드를 담당했다. 에드미션은 ‘에듀테크를 사용해서 너의 길(사명)을 찾아줄게‘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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