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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은 수녀들’ 송혜교, 또 하나의 틀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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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혜교가 영화 ‘검은 수녀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 UAA
배우 송혜교가 영화 ‘검은 수녀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 UAA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강렬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송혜교가 새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로 또 다른 얼굴을 꺼냈다. 송혜교는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하며 재밌었다”면서도 “이제 내가 해야 할 몫은 끝났고 새로 시작하는 작품에 후회 없이 임하려고 한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2023) 이후 첫 작품이자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 행보인 ‘검은 수녀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며 544만 관객을 사로잡은 ‘검은 사제들’(2015)의 스핀오프로, 지난 24일 개봉 후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송혜교는 유니아 수녀를 연기했다. 유니아 수녀는 강한 의지와 거침없는 성격의 인물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파 수녀다. 송혜교는 냉정하고 차가운 듯한 이면에 간절한 진심을 지닌 유니아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표현한 것은 물론, 흡연‧욕설 연기 등 그동안 본 적 없던 거친 모습부터 묵직한 카리스마까지 완벽 소화하며 다시 한번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송혜교는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소감부터 작품을 택한 이유, 캐릭터 구축 과정 등 ‘검은 수녀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인간’ 송혜교의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송혜교가 또 한 번 장르물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UAA
송혜교가 또 한 번 장르물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UAA

-‘더 글로리’ 이후 선택한 작품이었다. 또 한 번 해보지 않은 장르를 택했는데. 

“‘더 글로리’를 끝내고 바로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제일 크다. 연기를 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그래서 장르물에 더 관심이 본능적으로 갔던 것 같다. 장르물 연기를 재밌게 하고 있어서 그렇지 멜로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멜로드라마를 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그 작품들이 없었더라면 여기에 없었을 거다. 정말 감사한 작품들이다. 다만 어떤 한 작품이 잘 되면 비슷한 대본이 들어온다. 그 안에서 제일 재밌는 작품을 찾아서 연기했던 건데 하다 보니까 표현하는 데 있어서 나도 한계를 느꼈고 재미가 없어지기도 했다. 그게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닿았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배우가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는데 어떻게 시청자가 재밌을 수 있겠나. 그런 타이밍에 ‘더 글로리’를 만난 거다. ‘더 글로리’를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다시 연기에 대한 재미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은 수녀들’도 만나게 된 거다.”

-편견을 깨는 수녀 유니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미카엘라(전여빈 분)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밀어내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인물이지만 유니아는 일찍이 자기에게 온 모든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미카엘라와 전혀 다른 캐릭터고 쉽게 흔들리지 않고 어떤 것에 있어서 감정이 반응하지도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큰 감정의 변화가 없는 유니아를 건드린 것은 생명인 거다. 한 아이의 생명. 자유로운 수녀고 교단에 찍힌 수녀기도 하지만 생명을 구하는 게 첫 번째인 수녀라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흡연 연기도 처음이었다. 편견을 깨는 유니아 수녀처럼 배우 송혜교 역시 하나의 틀을 깼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20대 때 흡연하는 캐릭터 제안을 받았는데 담배 때문에 안했다. 그때는 그냥 어린 마음에 실었다. 평소 음주는 하거든. 나쁜 건 하나만 하면 되지 두 개까지 하나 이런 마음도 있었다.(웃음) 처음 ‘검은 수녀들’ 시나리오를 받고 흡연하는 부분을 빼야 할까 고민했는데 그걸 빼버리면 자유로운 유니아의 성격 표현이 잘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하겠다고 했다. 흡연하는 분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단번에 안다고 하더라. 게다가 첫 장면부터 흡연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가짜로 피우면 유니아의 모든 게 다 가짜로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배우자’ 이러고 시작했다. 영화 들어가기 6개월 전부터 흡연 연습을 시작했다. 주위에 흡연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어색한지 물어보기도 하고. 무당 친구와 절벽에서 담배를 피울 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첫 신이었다. 빈속에 가서 첫 신을 찍는데 연달아 5개를 피웠더니 휘청하더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다.”

유니아 수녀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송혜교. / NEW
유니아 수녀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송혜교. / NEW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평이 많다. 호평에 대한 생각은. 

“‘검은 수녀들’을 찍으면서 해보지 않은 신들과 연기를 하면서 재밌었다. 이제 ‘검은 수녀들’에서 해야 할 몫은 다 끝났고 관객이 어떻게 봐주시냐만 남은 상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다음인 거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작품 또 열심히 해서 후회 없이 하자는 마음이다. 과거, 지나간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미래도 궁금하지 않다. 그냥 현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길이 열리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만족도는 어떤가. 새롭게 발견한 얼굴이 있었나.

“솔직히 어렸을 때는 작품을 볼 때 나의 연기보다 얼굴이 예쁘게 나왔나가 첫 번째가 되기도 했다. 예쁘고 싶을 나이니까. 지금도 여전히 예쁘고 싶지만 예쁘게 나오나 안 나오나가 첫 번째가 아니고 내가 그때 표현한 게 잘 담겼나, 표현한 대로 됐나가 더 중요해졌다. 예쁘고 안 예쁘고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졌더라. 그런 부분을 먼저 보게 됐다. 구마신 같은 경우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신을 연기하면서 ‘조금은 다른, 이런 표정이 있었네’하는 부분들은 있었다.”

-구마 장면 촬영은 어땠나. 

“내가 평소 쓰지 않는 말들이잖나. 악령과 대화하는 대사 자체도 전혀 쓰지 않는 톤이기 때문에 처음 읽어봤을 때는 마냥 어색하더라. 현장 가서 배우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감정도 넣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갔다. 준비를 하고 가도 내가 생각한 앵글이 아닌 경우도 있고 감독님, 촬영 감독님과 이런 부분에 더 포커스를 뒀는데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더 잘 보이게 바꿔보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었다.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여러 시도를 많이 했다.”

두 수녀의 강렬한 시너지로 완성된 ‘검은 수녀들’.  / NEW
두 수녀의 강렬한 시너지로 완성된 ‘검은 수녀들’.  / NEW

-미카엘라로 함께 호흡한 전여빈은 어떤 후배였나. 

“정말 좋은 배우를 만났고 좋은 동생을 얻었다. 이렇게까지 순수할 수 있을까 너무 오랜만에 느낀 친구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현장에서 다른 이야기할 때는 수줍은 느낌이다가 연기 이야기만 하면 약간 돌변하는 스타일이었다. 열정적이었다. 보면서 배운 점들도 많다. 표현을 너무 잘하는 친구다. 좋은 것, 예쁜 것 그날 있던 마음들을 항상 촬영 끝나고 문자를 보내주는데 시처럼 예뻤다. 위로가 되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가끔은 쑥스러워서 하려다가도 말고 툭툭 던질 때가 있거든. 술이나 먹으면 하지 절대 못했는데 여빈이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고 또 그렇게 해줬을 때 내가 너무 행복해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보자는 생각이 들게 해줬다. 정말 멋진 친구다.”

-자신은 어떤 선배인가.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 스태프들과 나의 사이가 어색하거나 친하지 않으면 뭔가 눈치 보는 것들이 생긴다. 그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나를 위해서도 현장이 편안해야 이런 연기 저런 연기 다 해볼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과 빨리 가까워지려고 한다. 다가가려고 항상 노력하는 편이다. 다행히 후배들도 너무 붙임성이 좋고 내 작품을 좋아해 주는 스태프들도 있어서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홍보 과정에서 출연한 다양한 콘텐츠가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일상이 담긴 브이로그 콘텐츠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반응에 대한 기분은 어떤가.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은 없나.

“좋은 반응을 얻고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면 좋지. 송혜교 이전에 사람으로서 늘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뉴스란에 기사가 있는 게 무서울 때도 있고 기분이 다운될 때도 있는데 이렇게 좋은 일로 좋은 기사들이 나올 때는 기분이 정말 좋다.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다. 그러면 이 일을 하지 말아야겠지. 좋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받았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지 몰랐고 관심을 가져줄지 몰랐다. 생각보다 큰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되게 행복했다. 한편으로는 (브이로그가) 2편 나왔는데 2편이기 때문에 괜찮은 게 아닌가, 계속했으면 안 좋아질 거라는 마음도 있다. 아쉬울 때 여기서 끝내자는 마음도 있었다.(웃음) 완전히 나를 내려놓고 한다면 멜로는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다. 보는 분들이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 (예능은) 가끔 나오는 게 맞는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송혜교. / UAA
현재를 살아가는 송혜교. / UAA

-브이로그를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 매우 진심이더라. 이유나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부터 계속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나는 그냥 편한 게 좋고 유쾌한 게 좋다. 어렸을 때는 다 같이 있는데 어떤 한사람이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게 신경 쓰였다. 신경이 거기로 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못하겠는 거다. 그럴 정도로 심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으면 하는 마음이 첫 번째다. 그런 마음으로 다가가니 함께하는 사람들도 느껴주는 것 같다. 스태프들도 오래된 스태프들이 많다. 어렸을 때는 두루두루 사람들 많은 게 좋았는데 조금씩 나이를 먹다 보니 내 옆에 계속 함께 갈 사람이 남더라. 그분들과 기본적으로 20년이 훨씬 넘었다. 요즘 더 드는 생각은 오래 만난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거다. 너무 가까우면 한순간 쉽게 내뱉은 작은 말이 큰 상처가 될 때가 있고 나도 상처를 받을 때가 있더라. 그런 게 있으면 나는 바로 사과하는 편이다.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 더 예의를 지키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 쌓아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 설렘도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과 잃지 않고자 하는 마음가짐, 신념이 있다면.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나만 늙는 게 아니잖나. 다 같이 늙잖나. 나도 20대가 있었고 30대가 있었고 지금 40대다. 거기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없는데 그래도 얼굴이 보이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관리를 열심히 해서 더디게 가려고 노력은 하는데 현재 내 모습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신념이 없다. 꿈도 없고 과거는 일단 지나갔고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 미래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현재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열심히 하고 인간으로서 지혜롭게 잘 산다면 좋은 미래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마음가짐을 하게 된 계기나 순간이 있나. 더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일까.

“어느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애기 때는 안그랬다. 그때는 욕심도 많고 남의 것이 더 커 보이기도 하고 남의 자리가 더 좋아 보이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라. 항상 남의 시선이나 친구, 가족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 번째였다.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그 사람들이 행복하고 좋으면 그게 좋고 마음이 편했는데 어느 순간 ‘뭐지’ 싶은 게 있더라. 내가 나를 첫 번째로 두고 살아본 적이 없더라. 그래서 모든 기준에서 나를 첫 번째로 둬보자, 엄마도 두 번째로 가고 무조건 나로 가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더 커진 느낌이 들더라. 내가 좋아서 움직여서 뭔가를 하니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두 배로 사랑을 줄 수 있게 됐다.”

-여성 투톱을 내세운 영화라는 점, 또 그런 작품으로 설 연휴에 나서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태프들과 수다를 떨다가 여성 두 명이 나온 영화가 잘 없다고 하더라. 나는 왠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많이 있지 않아?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없더라. 거기에 설 연휴에 개봉하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부담도 느낀다. 그래서 정말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컬트 영화라고 해서 무서운 걸 기대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 내가 끌렸던 점은 오컬트 영화지만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하나가 돼서 아이를 살리기 위한 연대다. 한 목적으로 달려가는 연대가 너무 좋았다. 오컬트에 입문하기 딱 좋은 영화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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