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목숨을 앗은 무안국제공항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대형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에 화재가 발생해 176명이 비상탈출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벌어졌다. 에어부산이 대한항공과 같은 계열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국민과 항공업계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LCC(저비용 항공사) 통합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객 176명이 전원 비상탈출에 성공했다. 부상자는 3명에 그쳤다. 모두 경상이었다. 화재는 발생 1시간여 만에 꺼졌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26분쯤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ABL391편(부산-홍콩, HL7763, A321)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났다.
여객기 안에는 승객 169명, 승무원 6명, 탑승정비사 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항공기 비상 슬라이더를 통해 모두 탈출했다. 다만 슬라이드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3명이 타박상을 입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34분쯤 현장에 도착해 꼬리에서 시작한 불이 동체 쪽으로 번지자 오후 10시 38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소방인력 188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여 오후 10시24분쯤 불길을 잡았다. 화재 발생 1시간 5분만인 오후 11시31분쯤엔 완진했다.
소방당국은 항공기 후미상부 부근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한 만큼 한진그룹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한 식구다.
한진그룹은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에 대한항공 인사를 대거 투입했다. LCC 3사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통합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졍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담당(상무)를 에어부산 대표이사로, 김중호 대한항공 수석부장을 에어서울 대표이사로 투입했다.
대한항공 자회사가 진에어인 만큼 통합 LCC 이름은 진에어를 유지한다. 거점은 인천국제공항이다.
한진그룹은 통합 LCC 브랜드를 진에어로 통일하고, 인천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무안국제공항 참사, 티웨이항공 경영권 이슈 등과 맞물려 진에어를 국내 대표 LCC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구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로 인해 이 같은 구상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안 그래도 에어부산의 진에어 편입을 두고선 논란이 있다. 에어부산의 지분 구조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이 41.89%를 보유해 최대 주주이지만, 소액주주 지분이 40%를 넘고, 부산시와 부산 상공업계가 16%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시와 지역 상공업계는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흡수될 경우 지역 거점 항공사를 잃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에어부산 분리 매각, 통합 LCC 부산 유치, 독자적 부산 항공사 설립 등의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부산시민단체 ‘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과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은 “에어부산의 임원진을 대거 대한항공 출신으로 선임한 것은 부산을 패싱하고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을 장악해 진에어로 통합한 뒤 인천으로 끌고 가려는 속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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